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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 번째 재생목록 Dec 30. 2021

[솔로지옥] 한국 패치가 과했던 탓일까

한국판 '투 핫!' <솔로지옥>

  지난 18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웹 예능 <솔로지옥>은 공개 전부터 '한국판 <투 핫!>'이 제작된다는 소식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넷플릭스 구독자라면 매력적인 청춘남녀를 모아 놓고 성적인 접촉을 할 때마다 상금에서 벌금이 차감되는 <투 핫!>에 대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솔로지옥>에서 해변을 배경으로 육체미를 뽐내는 매력적인 출연자들, 그리고 음성으로만 등장하는 진행자 '마스터'는 <투 핫!>을 연상시킨다.

출연자들은 오직 천국도에서만 서로의 직업과 나이를 공개할 수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 기존 시리즈와 얼마나 다를까

  하지만 한국으로 상륙하면서 그동안의 <투 핫!> 시리즈와는 많은 점이 달라졌다. 가장 큰 차이는 <투 핫!>의 가장 큰 정체성인 성적인 접촉을 금지하는 룰과 이를 깨고 싶어 안달 난 참가자들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옥도와 천국도의 설정이 추가됐다. <솔로지옥>의 출연자들은 무인도인 지옥도에서 열악한 생활을 해야 한다. 지옥도를 탈출해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이 준비된 천국도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상대방과 마음이 통해 커플 매칭에 성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설정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솔로지옥>은 여전히 흥미롭긴 하다.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출연진들과 유머러스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MC들, 그리고 궁금증을 자극하는 제작진들의 규칙 구성 덕분에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솔로지옥>은 출연자들을 지켜보는 MC들의 리액션이 재밌다는 평이 많다. 사진 유튜브 캡처


◆ 너무 과했던 한국 패치

  그러나 <투 핫!>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솔로지옥>은 '한국판 투 핫!'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리만큼 아예 다른 콘텐츠라는 생각이 든다. <투 핫!>은 자극적인 설정과 수위 높은 장면으로만 주목받은 콘텐츠로 오해하기 쉬우나 막상 계속 시청하다 보면 생각보다 섬세한 연출이 눈에 띈다. 가볍고 육체적인 관계만 추구했던 참가자들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진지한 관계를 쌓아나가는 성장 서사도 존재한다. 자극적인 설정 속 나름의 메시지와 감동 코드가 <투 핫!>만의 매력인 것이다.

  물론 <투 핫!>의 설정을 아예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보수적인 한국 정서에 맞지 않긴 하지만, 너무 과한 한국 패치를 적용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밥의 민족'인 한국인답게 밥 먹는 장면이 내용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도 대표적인 예이다. 출연자들은 지옥도에서 힘들게 밥을 해 먹고, 천국도에선 룸서비스로 밥을 시켜 먹는다. 게임에서 이겨 데이트권을 따낸 출연자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원하는 상대와 식사하기'이다. 서로 교감을 나누고 진실한 관계를 쌓아나가는 모습보다 밥 먹는 장면이 더 빈번하게 등장한다.

밥에 진심인 한국인들답게 밥 먹는 장면의 비중이 많은 <솔로지옥>. 사진 유튜브 캡처


  무인도라는 배경은 그동안의 한국 연애 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했던 그림이라 새롭긴 하다. 두 번째 선택 때 첫날 천국도를 함께 갔던 상대를 제외하고 선택해야 하는 룰 역시 긴장감을 불어넣고 궁금증을 야기한다. 하지만 너무 과한 변주로 <투 핫!>만의 정체성을 잃은 <솔로지옥>은 그저 그런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들과 비슷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은 1월 1일 공개 예정인 5화에서 뉴페이스의 등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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