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

섬집아기

by 김지연


내일이면 꼭 네가 태어난 지 30일 한 달이 되는 날이다. 한 달,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 40일 넘게 유럽을 누비며 여행할 때는 내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행을? 할 만큼이었고 다녀오니 너무도 찰나 같던 시간이었고 그다음 유럽여행이었던 신혼여행을 기다리던 그 한 달은 참으로 긴 나날들이었다. 근데 내 인생의 그 어떤 한 달도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한 달이 된 시간만큼 찬란하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날은 없었던 것 같다.


그 한 달 동안 내 안에서 쉴 새 없이 피어났던 책임감, 감동, 슬픔, 걱정, 기쁨, 행복 등등에 휩싸여 나의 우주를 소용돌이치게 했다. 네가 태어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루어낸 것들이었다. 그만큼 넌 처음 느껴보는 과분한 행복을 나에게, 우리에게 주었다. 너의 존재만으로.


너무도 작고 연약한 존재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는 생각에 꼭 지켜주리라 하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면서도, 처음 해보는 엄마 역할에 서툰 손길로 너를 다루는 게 괜스레 미안해지기도 했다. 처음이라 미숙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처음인데도 너무 잘하고 싶고 좋은 것만 주고 싶었다.


나의 선택으로 이 세상에 발을 딛게 하였으니, 나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사랑할 수밖에.


청력검사 결과 양쪽 리퍼로 재검을 하고, 배앓이 장염으로 괴로워하는 작디작은 너를 보며, 나를 자책했다. 대신 아파할 수 없음에 좌절했다. 열 달 동안 나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건 모든 잘못이 다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지게 했다. 주변의 말처럼 사실은 나도 그 모든 게 내 잘못이 아니란 걸 알지만, 그럼에도 그 생각들이 나를 평생 따라다닐 거라는 것 또한 안다.


신생아 돌보기는 힘들지만 단순하다. 기저귀를 방금 갈았고 분유를 먹은 지 채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 남는 건 하나. 내 품에서 응애 하고 울며 몸을 비트는 너는 잠투정을 하고 있다. 그전 잠에서 깬 지 무려 4시간이 다 되어가니 무척 졸린 상태다. 그만큼 잠투정은 커진다. 쪽쪽이도 거부하며 크게 우는 너를 더 품에 가깝게 안은 뒤 몸을 좌우로 천천히 살금살금 움직이며 까만 너의 눈동자를 마주치며 입을 뗐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끝까지 부를 수 있는 자장가는 이거 하나뿐이었다. 미리 자장가 좀 외워둘걸이라고 생각하며 돌림노래처럼 그 노래만 반복했다. 그 노래 속 엄마는 몇 번이나 아기를 두고 굴을 따러 나갔고, 아기는 홀로 잠에 들었다.


점점 눈이 감겨오며 천천히 눈꺼풀을 움직이다 이윽고 입을 살짝 벌린 채 작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잠든 너의 모습을 보았을 때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내 안에서 밀려왔다. 아직 너의 몸조차 낯설어 버둥대던 네가 나의 품에 안겨 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요히 내게 기대 잠든 모습에, 한 우주가 나에게 들렀다 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 안에서 만들어지고 나온 너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한 우주를 간직할 아이가 내게 기대 온다. 아직 서툰 내게 기대어준 네가 고마워서, 언제든 기대게 해주고 싶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 혹 기댈 수 있는 무언가가 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수많은 감정이 몰아쳤다.


다시 자장가를 불렀다. 깊게 잠들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순간이 조금이라도 계속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엄마는 다시 굴을 따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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