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 Oct 19. 2024

공부만 잘하면 성공할 줄 알았다

진로고민

어렸을 적 나의 꿈은 과학자였다.


우리가 어렸을 때 장래희망에 적었던 꿈은,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혹은 그 일로 돈을 어느 정도 벌 수 있을지를 따져보고 적은 꿈은 아니었을 거다.


나의 어렸을 적 꿈은 위대한 과학자가 되어 노벨상을 받는 것이었다.


지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꿈이지만, 어렸을 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꿈의 크기는 무한했다. 돈도 성공도 잘 몰랐던 어린 나이에만 꿀 수 있었던 순수한 꿈. 아마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을 꿈꿔본 적은 없었는데,


어느 회사를 갈 수 있을지만 고민하고 있는 지금,

회사라는 선택지안에서만 고민하고 있는 지금과는 다르게


그땐 내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과학자, 대통령, 연예인..


누구나 그 당시 장래희망은 지금보다는 훨씬 거창했을 것이다. 과학자가 되기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했고, 부모님께도 공부 잘해서 성공해서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하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다.


나는 정말 그럴 줄 알았다.




꼭 성공하려고 공부 잘했던 건 아니고..


초등학생 때부터 부모님이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곧잘 했다.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했던 건 아니고 나의 조용한 성격이 한몫했던 것 같다.


숫기가 없었던 나는 친구들과 말도 잘 못했고, 그런 내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었다.



흔히 잘하는 거 없는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고 했던가.


나는 사실 공부 말고 다른 것엔 재능이 없었다. 음악도, 미술도, 운동도, 게임도, 말도 잘 못하고, 친구들과 잘 놀 줄도 몰랐던 나는 공부 하나라도 잘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꼭 성공하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아니었지만, 공부를 잘하면 성공할 거라는 이분법적이고 강한 믿음이 있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를 해줄 순 없으니, 일단 공부부터 잘하고 봐야 한다는 게 어른들의 단순한 가르침이었다.





우등생의 인생은 꽃길이다?


공부를 잘하면 어딜 가나 칭찬받고 우대받고 인정받는다.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나를 진학시키고자 우리 집으로 찾아오고, 교복도 공짜로 받고, 장학금도 받았다.


어딜 가든 어른들 앞에선 칭찬만 받는다. 잠깐의 슬럼프도 있었지만, 위에서 출렁일 뿐이었다.


성적에 큰 실패란 없다. 그저 열심히 한만큼 결과가 나올 뿐이고, 난 언제나 열심히였다.


어른들은 공부 잘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려줬기 때문에, 학생 때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다 잘될 줄 알았다.


왜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을까.


공부 잘하면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도, 결국 내가 그토록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대기업 회사원이 되려고 한다는 것을


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공부 잘하는 게 꼭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성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공부 말고도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걸.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인문학적 소양들,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들이 있다는 걸.


공부만 한다고 잘 모르고 살아왔다.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를 꿈꿨던 나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진학했고

그토록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회사원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