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비스킷 통

by 앵날



석사 학위 논문을 쓰다가 급성 부정맥 증상이 온 적 있다. 논문 심사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논문 내용을 보충해야 한다는 지도 교수님의 말에 며칠 동안 밤을 새며 논문을 손봐야 했다.


여느 때처럼 밤늦게까지 벌건 눈으로 논문을 고치고 있는데, 새벽 4시쯤 갑자기 커피 석 잔을 한번에 들이켠 듯 심장이 요동쳤다. 물론 심장은 언제나 요동치는 법이라지만, 지금까지는 내가 그것을 의식한 적이 없었으며 이제는 거슬릴 정도로 두근거린다는 게 문제였다.


여러 병원의 심장내과를 전전하며 그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나 끝내 원인을 알지 못하고 한동안 내 심장의 리듬을 느끼며 가슴 벅찬 기분(?)으로 지내야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의 등장인물인 미도리는 말한다.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생각하면 돼. 거기에는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먼저 먹어버리면, 그 다음엔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는 법이야.”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과정은 내게 ‘맛없는 비스킷’이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정신 의학과에서 약을 처방 받고 무사히 논문을 완성해 인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와 함께 지금껏 해 온 브런치스토리 활동을 기반으로 지금은 출판사에 입사해 바라 왔던 글쓰기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취미로 달리기를 하고 있는데, 달리기를 먹을 것에 비유하면 카카오 함량 90% 다크 초콜릿과 같다. 첫입에 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한 번 빠지면 질리지 않고 오래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이는 맛없는 비스킷에 입맛을 길들여 즐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3킬로미터도 겨우 달렸던 내가 지금은 21킬로미터 하프 마라톤도 완주한다.


인생에서 어쩔 수 없이 맛없는 비스킷을 먹어야 할 때면 이런 일들을 생각한다. 삶이라는 비스킷 통에 담긴 나머지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맛없는 비스킷을 기꺼이 먹을 준비가 된다.




이미지 출처: mak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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