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의지만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

by 마음 써 봄

adhd아이를 가진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상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가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참아 내고 싶지만, 불쑥불쑥 올라오는 충동과 호기심. 그것을 부모의 압박이나, 본인의 의지로 컨트롤이 안된다는 점. 그래서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이해해 주는 게 기본이지만 그만큼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노오력, 의지로 '그것도 못 참냐.' '00학년에 맞게'라는 말로는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고 부모와의 사이만 안 좋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받아쓰기 공부 해야지!"

"어차피 100점도 못 맞는데"

"그래도 공부해야 10점이라도 맞을 거 아니야."


초등학교 1학년의 가장 큰 시험 받.아.쓰.기

각기 다른 반인 1학년 쌍둥이를 둔 탓에 수, 금 두 번의 받아 쓰기 시험이 있다.

한글이 너무너무 더디게 늘어 의문이었으나, 웩슬러 검사를 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언어지능은 정상이나 그 외의 것들은 너무도 낮은 아이들은 글자의 인식도, 쓰기도 아직은 어려운 아이들이었다. 이유를 알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최대 점수 40점. 당최 언제 느는지 모르는 한글이지만 전날 공부를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잡으러 다니고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둘째가 얄미워 결국엔 소리를 치게 된다.


우리 둘의 실랑이를 보던 남편이 공책을 구겨 가져가며 "내일부터 야근하고 올게"라고 하길래 "아유, 내가 얼마나 힘든지 보이지?" 하며 너스레를 떨어본다.


지켜보기가 야근보다 힘들다는 남편, 공부는 안 하겠다는 아이, 그 사이에 눈치 보고 있는 나머지 두 아이. 머리를 감싸 쥐고 싱크대에 기대어 호흡을 내쉬어 본다.


잘 가르쳐 보고자 집에서 하는 건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모두에게 가장 좋은 길을 무엇인가. 들숨에 심신. 날숨에 안정.을 외쳐본다.


싸해진 집안 분위기. 정적만 감도는 그 순간 조용히 다가와 옆구리를 쿡쿡 찔러 수줍게 종이를 한 장 내민다.

KakaoTalk_20231115_114214286.jpg 수줍게 내민 둘째의 편지

미하해 그림을 그리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리 사이에 있는 무지개가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사과의 의미라는 걸 알기에 마음이 울컥한다.


아이를 안고 서로의 심장을 느껴본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매일이 선택이고 고민이고 불안하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 나는 미처 전달하지 못했지만, 아이는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너의 존재 자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 누구보다 조건을 붙여가며 아이를 공격하는 나는 아직도 엄마로서 멀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그래도 너보다 조금 더 산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내가 참아주고 견디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너를 낳았고, 너에게는 부모의 선택권이 없었기에 내가 아낌없이 줄 수 있는 건 사랑이기에.

괴롭겠지. 머리와 다르게 움직이는 몸이, 두근두근한 가슴이 얼마나 힘들까 싶다. 그 작은 가슴에서 품고 있을 슬픔과 괴로움이 분노로 나타나지 않도록 아이가 꿈꾸는 무지개가 오늘 눈앞에 보일 수 있도록 뜨겁게 사랑하고 아껴줘야지.


소중한 나의 아기. 나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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