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내 삶의 블랙홀인가 우주인가? (5)

엄마가 되고, 나를 혐오하는 순간이 늘었다.

by 안지빈

돌이 되자 귀신같이 아이가 많이 아팠다.

돌발진에 감기 증세까지 겹쳐, 아이의 작은 몸은 잠시도 평온할 틈이 없었다. 항생제의 영향인지 긴 낮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또 설사를 했다. 세 번째였다.

작은 손으로 아픈 엉덩이를 만지며 울부짖는 아이를 달래며, 나는 이미 몇 번이나 나갔던 손목이 다시 욱신거리는 걸 느꼈다. 그 와중에 아이는 밥도 거부했다. 밥그릇을 밀쳐내며 고개를 접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 순간,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제발 좀 먹어!”

소리를 질렀다. 아이의 표정이 변했다. 너무도 당황스럽고 낯설다는 표정.

잠시 후,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나는, 그 울음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무너졌다.


그런데, 그 아이의 표정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 표정은 공허했다.

그리고 그 공허함은 너무도 익숙했다. 그건 내가 매일 거울에서 마주하는, 나의 공허한 표정과 닮아 있었다.

아이는 나를 닮아간다고들 한다. 행동도, 말투도, 표정도. 그런데 지금 이 공허함까지 닮아가는 걸 보니, 마음이 미어졌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 것도 괴로운데, 그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나라는 사실이 더 견딜 수 없었다.


아이에게 분유를 억지로 먹이며, 약을 반강제로 삼키게 하며, 나도 모르게 자문했다.

이게 폭력은 아닐까? 나는 괜찮은 엄마가 맞는 걸까?


결국 모든 감정이 터지기 직전, 나는 아기를 친정에 맡기겠다는 생각으로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가는 길에 들려온 종달새의 울음소리. 그 작은 새가 그렇게 부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새는 이렇게 가볍게 세상을 떠다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무거울까? 나는 세상에 갇힌 것도 아닌데, 왜 스스로 세상에 갇힌 것처럼 느낄까?


새한마리가 던진 경종의 물음은 내 머리와 가슴에 숨겨둔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렸다.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부정적인 질문들.

나는 왜 아기를 낳았을까?

누구의 행복을 위해 이 모든 걸 견디고 있는 걸까?

행복하지도 않은데, 아이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아이와 내가 서로 행복할 수 있을까?

누군가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나는 아이를 정말 많이 사랑한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형용할 수 없는 사랑이다.

그런데도 그 사랑을 표현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믿기지 않았다. 화를 내는 것은 너무 쉬웠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 사랑을 온전히 보여주는 일은 화를 내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나서,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되뇌이는 내가 너무 혐오스럽고 싫었다. 그런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속죄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게 괴로웠다.

사랑을 준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아이를 낳고 나는 나를 혐오하는 순간이 늘었고, 올바르게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설프고 부족한 사랑일지라도, 그것이 아이에게 닿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조금씩 더 나아지길 다짐한다.

엄마가 사랑주는게 서툴러서 미안해.

어쩌면 엄마가 너보다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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