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타인의 죽음
고독사 孤獨死
명사 홀로 사는 사람이 앓다가 가족이나 이웃 모르게 죽는 일.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020년 3월 31일 제정돼 2021년 4월 1일부터 시행
다양하고 방대한 사회복지 업무 중 가장 나를 고역스럽게 하는 것은 고독사 업무다. 인간이라는 하찮은 미물이 죽음을 관장하시는 거대하고도 위대한 신의 뜻을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16년의 직장 세월 동안 여러 형태의 죽음을 목도하였다.
모든 죽음의 마지막은 힘겨울 테지만, 나를 유독 힘들게 했던 그날의 에피소드를 적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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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의 걱정 어린 눈빛을 한 몸에 받으며 내 앞에 서있던 그분은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라는 표현의 실물이었다. 나와 다시 만나게 된 몇 달 사이 양 볼은 움푹 패어있고 돌출된 광대는 뼈만 남아 앙상하였다.
두문불출하고 있는 그분을 집주인이 어렵게 설득하여 함께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였고, 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하여 질병명 파악 및 치료, 주기적 안부 확인, 정서 지지 등 목표를 수립하고 그분의 삶에 개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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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병원 진료와 검사, 약 복용에도 차도가 없었다. 몸을 낫게 하지 못하는 돌팔이 병원 욕을 하는 그분에게 병원을 옮겨보자는 희망 겨운 나의 멘트를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지 1주일이 지나고 2주일은 안될 무렵,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방문한 집 문 앞에서 이름을 크게 불러대도, 현관문을 두드려도 묵묵부답이었다. 옆집도 옆집의 동태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통장님께 밤에 창 밖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지 확인을 요청했고 "어디 여행 갔나 본데~..." 눈앞이 컴컴해지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난 알고 있었다. 찾아갈 곳도, 올 사람도, 전화 걸 곳도, 울릴 벨소리도 없는 분에게 훌쩍 여행은 엄청난 사치이고 그런 사치를 부릴 건강 컨디션도, 심적 여유도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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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 개의 발이 경찰관과 구급대원이 함께 한 날보다 며칠 더 먼저 그곳으로 향했어야, 언제인지 도무지 알 리 없는 그날의 신의 계획된 일정이 취소될 수 있었을까.
' 현관문 얇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오는 나의 발자국 소리로 들리어 천근만근 가누기 어려운 고개를 간신히 들어 미동 없이 휑한 문 쪽을 바라보지 않았기를 '
' 굳게 닫힌 창문 뒤편 방충망의 숭숭 뚫린 구멍들을 피해 힘겹게 기어 다니는 벌레가 흘리는 뚝뚝 땀방울 소리를 내가 무심하게 똑똑 두드리는 노크 소리로 잘못 들어 가늘디가는 신음 소리로 응답하지 않았기를 '
' 생과 사의 줄다리기 중 생 쪽으로 기운 밧줄을 부여잡고 있는 동안에는 끝끝내 오지 않을 나를 찰나의 시간도 기다리지 않았기를'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동안 다음 주에 내가 아는 유능한 의사 선생님을 같이 만나러 가보자는 나와의 마지막 통화 내용 따위는 한 단어도 기억하지 못해 당신과 내가 만나기로 한 그때보다 조금만 더 일찍 와줬으면 하는 아무리 애써봐도 나에겐 절대 닿지 않을 희망 같은 것은 어느 한순간도 품지 않았기를'
그분이 나를 알게 되어 다행인 건 본인의 죽음이 너무 오랜 기간 반지하 원룸 공간에 머무르지 않은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