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모든 게 분명해질 줄 알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어떤 선택이 맞는지 또렷하게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분명해진 건 별로 없고 대신 책임만 늘어난 느낌이다.
어른은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상태에서도 결정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확신이 없는데도 선택해야 하고, 두려워도 앞으로 나가야 한다. 누가 대신 정해주지 않기에 스스로 판단하고, 그 결과까지 감당해야 한다.
예전에는 부모님의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그들도 아마 처음이었을 거라는 걸. 처음 회사를 다니고, 처음 아이를 키우고, 처음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저 모르는 채로 해냈을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다. 여전히 서운하고,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실수한다. 다만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스스로 다독이는 법을 조금씩 배워갈 뿐이다. 울고 싶은 날에도 출근을 하고, 지친 날에도 약속을 지킨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기다리기보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 말을 건네야 할 때가 더 많아졌다. 그게 어른이라는 위치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어른이 무겁기만 한 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자유이기도 하다. 내 시간을 어떻게 쓸지, 누구를 만날지, 무엇을 포기할지 결정할 수 있다. 책임이 있는 만큼 권한도 있다.
나는 아직도 완전한 어른은 아닌 것 같다. 여전히 실수하고, 후회하고, 가끔은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예전보다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완벽해져야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상태로도 하루를 살아내면 그게 어른이라는 것. 오늘도 정답은 모르지만 선택을 했고, 확신은 없지만 책임을 다하려 애썼다. 아마 그렇게 하루하루를 통과하는 것이,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는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