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했다.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괜히 초조했고, 휴대폰이 조용하면 내가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야 안심이 되었고, 바쁘게 움직여야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고 돌아온 뒤, 조용한 방 안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이 간절해졌다. 그 시간은 외로움과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나를 정리하는 시간에 가깝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카페에 앉아 있고, 혼자 산책을 하는 일. 처음에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편하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고, 상대의 표정을 살피지 않아도 된다. 온전히 내 속도에 맞출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생각이 또렷해진다. 미뤄두었던 고민이 조용히 떠오르고, 괜히 예민했던 감정의 이유도 천천히 보인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묻혀버렸던 내 진짜 마음이, 혼자 있을 때는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난다.
물론 가끔은 외롭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도 “이걸 같이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좋은 풍경을 보며 사진을 찍다가도 “이걸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스친다. 하지만 그 감정마저도 나쁘지 않다. 내가 여전히 누군가를 향해 열려 있다는 증거 같아서.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 결국 누군가와도 잘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면, 타인에게 기대는 방식도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동안 나를 이해하고, 달래고, 채워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도 잠시 휴대폰을 뒤집어 두고, 음악을 끄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별다른 생산성은 없었지만 마음이 조금 정리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