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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 Horowitz

그리고 국민학교 앞 문방구와 방학 숙제의 추억

by 진중현


소소한 행복에 걸맞은 연주자 중에 아마도 이 분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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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시절, 방학숙제라는 것이 있었다. '탐구생활'이라는 책에 다양한 숙제거리가 있었는데, 어떤 것은 단순히 문제 푸는 것이라 쉬웠지만, 상당 부분 실습형 과제였다. 무엇인가를 해 보라고는 하는데, 가난했던 시절 여행을 가거나 한가한 부모님과 함께 숙제를 할 수 있는 집이 몇이나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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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방학숙제는 탐구생활을 해 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일기장도 꼬박 써 가야 했고, 각 과목별 방학숙제가 있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는 이런 방학 숙제를 할 수 있도록, 아예 물품패키지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뭐 그때 당시에도 정말 상인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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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음악 숙제 중에는 종종 음악감상을 해 가야 했다. 내 기억에 수십 개의 클래식 음악과 곡명이 있었는데, 그것을 다 듣고 감상을 써 가는 것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상은 비루한데 아이들은 고상해야 했다. 당시 교육은 국민 모두를 엘레강스하게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이다.


다행히 몇 곡은 자동차 후진할 때 듣거나, 방송 시그널 뮤직으로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처럼 어마어마한 곡도 있었다. 문제는 이 곡들을 어떻게 다 구해서 듣느냐는 것이다. 방학숙제마저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잘 맞지 않았다. 어차피 다 못할 것이 뻔한 방학숙제.


그런데, 영악한 학교 앞 문방구는 그 곡을 2-3분씩 클라이맥스만 발췌하여 편집한 테이프를 팔았다. 숙제를 안 할 수가 없고 변명거리가 사라지게 만든 장본인들은 바로 학교 앞 문방구. 아마도 선생님들과 학교 앞 문방구는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게 분명하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집에 가져와 들어보는 많은 곡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피아노소나타. 아마도 Horowitz였을 것이다. 이제는 이렇게 박스세트로 나와서 다 같이 들어볼 수 있지만, 그의 피아노는 정말 스탠더드였을까.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국민학생 귀에도 편하고 행복하게 들릴 만큼 너무나 따스한 햇살 같기에, 지금도 행복해지고 싶으면 찾게 된다.


https://youtu.be/GdPJTYYRkqA?si=It2rADEMgx_1A_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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