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기

by 유지


몇 년 전부터 추울 때면 집에서 수면양말을 신고 다닌다. 그런데 한 수면양말이 신고 나서 자꾸 벗겨지거나 헐렁하거나 그래서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가 오늘 침대에서 신고 있는 수면양말을 보니 오래 신어서 그런 건지 다이어트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 발보다는 약간 커서 헐렁해졌다. 아마도 오래 신기도 했고 예전에 두 겹 씩 겹쳐 신어서 그때 늘어나서 그랬겠지만 그래도 다이어트 효과를 본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랬다가 다이어트하는 것처럼 오래전에 들었었던 부정적인 말들을 내 머릿속에서 의식적으로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꾸 이렇게 사소한 데서 몇 년 전 부정적인 일들만 생각하며 살다 간 인생이 가라앉을 것 같다. 진짜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가라앉을 수는 없겠지만 나 자신의 입장에서 살펴보자면 그렇다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살면 이전의 나하고는 별로 다를 바가 없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점차 나이가 들면서 가볍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지 가볍게 살고 싶다. 물건도 이쁜 물건도 많고 사고 싶은 물건도 많지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도 무겁게 느껴져서 좀 줄이고 싶다. 내 몸도 지금 나 자신에겐 무거우니까 다이어트하면서 가볍게 하고 싶은 거고 이제는 잊을 건 잊고 가볍게 사는 게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사는 게 버겁게 느껴지니까 그런가 보다. 왜 나는 소도 아니고 되새김질을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연말 맞이 되새김질은 그만하고 정신도 몸도 가볍게 해서 2026년엔 밝고 가볍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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