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눈 속에서 피어 더 예쁜 꽃
이미 와 있던 봄
3월 초,
홍천 수타사 생태공원에 복수초를 만나러 간다.
겨울은 아직 물러날 기색이 없었지만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아마도 봄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노란 점 하나가 눈 속에서 고개를 들고 있었다.
복수초였다.
꽃잎은 아직 다 펼쳐지지 않았고
눈은 그대로 이불처럼 덮여 있었다.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봄은 늘 이렇게,
자기 차례를 알면서도 먼저 와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햇볕을 받은 꽃잎이 조금씩 풀렸다.
눈을 밀어내지 않고
눈과 함께 있는 방식으로 피어 있었다.
복수초라는 이름에는
‘복(福)’과 장수(壽) ‘풀 초(草)’가 함께 담겨 있다.
이른 봄, 다른 꽃보다 먼저 피어
복과 장수를 부른다고 여겨졌던 꽃.
사람들은 이 노란 얼굴을 보며
한 해의 안녕과 좋은 일을 조용히 떠올렸을 것이다.
복수초를 만날 때마다
나는 봄을 기다렸던 것이 아니라
이미 와 있던 것을
뒤늦게 발견했음을 알게 된다.
계절은 언제나 한 발 앞서 있고,
우리는 그저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다.
눈이 녹아서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봄이 와 있기 때문에
눈이 녹는다.
그날, 수타사 생태숲에서
봄을 알리는 복수초를 만나며,
내가 잠시 멈춰 섰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짧은 기록
만난 곳: 홍천 수타사 생태숲길
만난 때: 2024년 3월 초, 춘설이 내린 날
기억한 줄: 봄은 이미 왔지만 눈과 함께 핀 복수초가 아름다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