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휴, 추운 겨울을 이기고 피어나는 노루귀
추운 겨울을 이기고 피어나는 봄의 전령사, 노루귀
기다린 사람에게만 보이는 꽃
노루귀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은 나중에 나온다.
잎의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하여 노루귀라는 이름이 붙었다.
봄이 왔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그러나 가장 조용하게 알려주는 야생화다.
꽃말은 인내, 믿음, 신뢰.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른 봄 숲바닥에서
피어나는 모습과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복수초가 얼음을 밀어 올리며 피어나는 꽃이라면,
노루귀는 그 옆에서 묵묵히 시간을 건너온 꽃처럼 느껴진다.
이 꽃은 크지 않다.
아주 작아서 무릎을 꿇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양지바른 나뭇잎 사이,
마른 낙엽 아래 숨어 피어 있어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쉽다.
그래서 노루귀는
발견하는 꽃이라기보다
기다린 사람에게 보이는 꽃 같다.
서둘러 걷는 발걸음에는 스쳐 지나가고,
잠시 멈춰 고개를 낮춘 사람 앞에서만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민다.
이 꽃을 처음 만난 곳은
봄기운이 막 올라오던 산길,
햇살이 살짝 내려앉은 숲 가장자리였다.
사람의 시선이 자주 머무르지 않는 자리였지만
그곳에서 노루귀는 이미 제 몫의 봄을 살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무릎을 꿇었지만,
어쩌면 그 자세는
그동안 버텨온 시간에 대한
작은 인사였을지도 모른다.
크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끝까지 버텨낸 시간은
이렇게 한 송이 꽃으로 남는다.
노루귀는 말한다.
봄은 크게 오지 않아도 되고,
인생은 조용히 피어도 충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