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휴, 종다리의 노래를 닮은 숲의 보랏빛 현호색
현호색 (玄胡索)
종다리의 노래를 닮은 숲의 보랏빛 고백
복수초가 눈을 녹이고 노루귀가 솜털을 세울 때,
강원도 골짜기마다 낮은 포복으로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마치 작은 새들이 줄지어 앉아
지저귀는 듯한 현호색입니다.
그 생김새가 종다리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한자어로는 '검은 오랑캐 나라의 새(현호색)'라는
다소 신비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름 뒤에 숨은 그리움
현호색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 나그네를 닮았습니다.
뿌리 끝에 달린 작은 알덩이가 마치 약속을 품은
씨앗 같아 옛사람들은 이를 소중히 캐어
아픔을 달래는 약으로 썼지요.
현(玄)은 검은 흙을, 호(胡)는 멀리 떠난 이의 땅을 뜻하니
어쩌면 이 꽃은 **'멀리 떠난 이가 대지
아래 남기고 간 보랏빛 그리움'**일지도 모릅니다.
꽃말: "보물주머니", "희망"
현호색의 꽃말은 **‘보물주머니’**입니다.
길쭉하게 뻗은 꽃 뒷부분에 꿀을 가득 채우고
벌과 나비를 기다리는 그 모습이 우리네 어머니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복주머니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주머니 속에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꿀이 들어 있어 고단한 봄날을 버티는
산 짐승들에게 가장 달콤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작가의 시선: 숲의 오케스트라
작가님이 만날 현호색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빛깔을 가졌습니다.
청보라색, 진자주색, 혹은 하늘을 닮은 연푸른색까지.
바람이 불면 저 보랏빛 입술들이 일제히 열리며
숲의 합창이 시작될 것만 같습니다.
"현호색은 가르쳐줍니다.
보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발치,
가장 낮은 곳에 주머니째 놓여 있다는 것을요.
이름 모를 야생화로 스쳐 지나갔을 이 보물주머니를
당신의 시선으로 열어 보았으니,
당신의 봄은 이미 충분히 풍요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