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공기가 한층 싱그러워지는 5월 말,
강원도 홍천 수타사 산소길 그늘진 숲 속에서는 보랏빛 입술을
쫑긋 내민 벌깨덩굴을 만납니다.
꽃망울이 벌어질 때 벌들이 윙윙거리며 모여들고,
잎의 모양이 들깨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요.
벌깨덩굴은 꽃이 필 때는 꼿꼿이 서서 자신의 자태를 뽐내지만
꽃이 지고 나면 줄기가 옆으로 길게 벋으며 덩굴을 형성합니다.
숲해설가로서 이 식물을 관찰할 때마다
저는 '상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화려한 시간이 지나면 낮게 엎드려 옆으로
손을 뻗어 다른 생명들과 어우러지는
그 겸손한 생태적 특징 때문입니다.
벌깨덩굴의 꽃말은 ‘순결’입니다.
꽃잎 안쪽에 새겨진 하얀 점무늬와 뽀얀 털은
꿀을 찾아온 벌들에게
"이곳에 맛있는 선물이 있어요"라고
안내하는 이정표와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길을 안내하고,
꽃이 진 뒤에는 흙을 덮어 상처를 어루만지는
덩굴의 모습은 우리 삶이 지향해야 할 성숙한 모습입니다.
작가님이 포착하신 벌깨덩굴은 척박한 비탈에서도
유독 푸릅니다.
숲해설가 과정을 수료하며 배운 식물에 대한 지식은,
등산을 하든
숲 산책을 하며 만나면 자세히
보게 됩니다.
"벌깨덩굴은 말합니다.
가장 화려할 때 손을 뻗는 것이 아니라,
꽃이 지고 난 뒤 묵묵히 곁을 내어주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라고.
오늘 당신이 건넨 작은 배려의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숲 속에서 만난 벌깨덩굴 같은
그늘이 되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