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휴, 효심의 열쇠 앵초

by 원 시인

앵초 (櫻草), 부모님 산소 길목에서 만난 효심의 열쇠


바람이 결 고운 비단을 흔들고 지나가면,

강원도 홍천의 깊은 숲 그늘진 곳에는 보랏빛 등불이 하나둘 켜집니다.

꽃 모양이 마치 앵두꽃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앵초입니다.

숲해설사로 산천을 누비던 시절, 부모님 산소를 찾아가는 길목에서

이 꽃을 만났을 때 저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름 뒤에 숨은 애틋한 전설: 효심의 열쇠

앵초에는 오래된 이야기가 하나 전해진다.
병든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산과 들을 헤매던 효자가
어느 날, 이름 모를 작은 꽃의 뿌리를 캐다
그 속에서 금은보화가 들어 있는 열쇠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다.
그 열쇠로 어머니의 병을 고쳤고,
그의 삶도 함께 밝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꽃을
“복이 숨어 있는 풀”,
“효심이 먼저 피는 꽃”이라 불렀다.
화려하지 않지만,
뿌리 깊은 곳에 이야기를 품고 있는 꽃.


꽃말: "행복의 열쇠", "젊은 시절의 고뇌"

꽃말은 ‘행복의 열쇠’ 혹은 **‘젊은 시절의 고뇌’**입니다.

산소 길목에 핀 앵초를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젊은 날 우리가 겪었던 숱한 고뇌와 방황은,

결국 부모님이라는 따뜻한 품 안에서

행복이라는 열쇠로 완성되는 것이라고요.

잎사귀마다 뽀얀 솜털을 두르고 옹기종기 모여 피어난 그 모습은,

부모님 곁을 지키던 어린 시절의 우리를 닮아 있습니다.


작가의 시선: 효심이 머무는 자리

렌즈에 담긴 앵초 군락은 유독 다정합니다.

습기를 머금은 숲 바닥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앵초는 말합니다.

부모를 기억하고 찾아오는 그 마음이야말로

천국의 문을 여는 가장 빛나는 열쇠라고 말입니다.

숲해설사로서 수천 번 야생화의 이름을 불러주었지만,

부모님 산소 갔다오다 마주한 앵초만큼

제 가슴을 깊게 흔든 꽃은 없었습니다.


"앵초는 말합니다.

세상 모든 그리움에는 열쇠가 있다고.

당신이 부모님 산소 앞에 놓아드린 그 보랏빛 마음 한 자락이

어쩌면 평생 닫혀있던 당신의 상처를 여는

유일한 행복의 열쇠였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이전 09화강원 휴, 굽은 허리로 지켜낸 그리움  할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