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똥풀의 노란 미소를 뒤로하고 볕 잘 드는 산등성이나
묘지 근처로 걸음을 옮기면,
백발을 휘날리며 고개를 숙인 할미꽃을 만납니다.
꽃이 지고 난 뒤 맺히는 하얀 깃털 같은 씨앗이
할머니의 머리칼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요.
시집간 손녀를 찾아 고개를 넘다 기력이 다해
쓰러진 할머니의 넋이 꽃이 되었다는 전설.
그래서 할미꽃은 늘 손녀가 사는 마을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피어납니다.
그 굽은 허리는 세월의 무게이자,
자식과 손주를 향해 끝없이 내어준 '사랑의 굽이'입니다.
꽃말은 ‘슬픈 추억’과 ‘사랑의 굴레’입니다.
하지만 강원도 산자락에서 마주하는 할미꽃은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깊은 자주색 꽃잎 속에는 세상의 어떤 모진 바람도
이겨낼 수 있는 어머니의 강인함이 서려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고 오직 대지를 향해 기도하는 자태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장 숭고한 그리움을 일깨웁니다.
할미꽃을 감싼 뽀얀 솜털은 봄샘추위로부터
어린 꽃망울을 지켜내려는 어머니의 무명 저고리 같습니다.
하늘을 보지 않고 땅을 보는 그 겸손한 시선 끝에는
언제나 우리가 돌아가야 할 근본인 '흙'과 '부모'가 있습니다.
"할미꽃은 가르쳐줍니다.
진정한 사랑은 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위해 기꺼이 허리를 굽히는 일이라는 것을요.
이제 이 굽은 허리의 그리움을 지나,
우리는 10번째 꽃인 '효심의 열쇠' 앵초에게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