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휴, 굽은 허리로 지켜낸 그리움 할미꽃

by 원 시인

할미꽃, 굽은 허리로 지켜낸 그리움, "사랑의 굴레"

애기똥풀의 노란 미소를 뒤로하고 볕 잘 드는 산등성이나

묘지 근처로 걸음을 옮기면,

백발을 휘날리며 고개를 숙인 할미꽃을 만납니다.

꽃이 지고 난 뒤 맺히는 하얀 깃털 같은 씨앗이

할머니의 머리칼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요.


유래 속에 흐르는 눈물: 손녀를 기다리는 마음

시집간 손녀를 찾아 고개를 넘다 기력이 다해

쓰러진 할머니의 넋이 꽃이 되었다는 전설.

그래서 할미꽃은 늘 손녀가 사는 마을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피어납니다.

그 굽은 허리는 세월의 무게이자,

자식과 손주를 향해 끝없이 내어준 '사랑의 굽이'입니다.


꽃말: "슬픈 추억", "사랑의 굴레"

꽃말은 ‘슬픈 추억’‘사랑의 굴레’입니다.

하지만 강원도 산자락에서 마주하는 할미꽃은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깊은 자주색 꽃잎 속에는 세상의 어떤 모진 바람도

이겨낼 수 있는 어머니의 강인함이 서려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고 오직 대지를 향해 기도하는 자태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장 숭고한 그리움을 일깨웁니다.


작가의 시선: 솜털 속에 감춘 따스한 온기

할미꽃을 감싼 뽀얀 솜털은 봄샘추위로부터

어린 꽃망울을 지켜내려는 어머니의 무명 저고리 같습니다.

하늘을 보지 않고 땅을 보는 그 겸손한 시선 끝에는

언제나 우리가 돌아가야 할 근본인 '흙'과 '부모'가 있습니다.


"할미꽃은 가르쳐줍니다.

진정한 사랑은 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위해 기꺼이 허리를 굽히는 일이라는 것을요.

이제 이 굽은 허리의 그리움을 지나,

우리는 10번째 꽃인 '효심의 열쇠' 앵초에게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