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휴, 길 위에서 감탄이 멈추는 응봉

by 원 시인

응봉, 길 위에서 감탄이 멈추는 자리

응봉에 오르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말을 아끼게 된다.
말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숨이다.

해파랑길 49코스의 백미라 불리는 이유는
정상에 서면 단번에 이해된다.


동해의 푸른 곡선, 화진포의 석호,
그리고 뒤로 겹겹이 이어지는 설악의 산줄기까지.
바다와 호수, 산이 한 프레임 안에서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공존한다.


이 풍경 앞에서
싱가포르 총리가 “이런 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과장이 아니다.


응봉의 풍경은 설명이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장면에 가깝다.

길 위에 서 있지만
이곳에서는 목적지가 사라진다.
오로지 ‘지금’만 남는다.


그래서 응봉은
빨리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한참 머물다 내려와야 하는 곳이다.

해파랑길을 걷다 보면
걷는다는 행위가
결국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걸
이 봉우리에서 다시 배우게 된다.


고성에서의 휴는
이렇게,
전망이 아니라 감탄으로 남는다.


이 기록은 하루에 한 걸음씩 내려옵니다.
내일 밤 10시, 고성의 다음 페이지가 열립니다.
고성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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