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향해 달리다
문득 물결이 멈춘 듯한 풍경을 만난다.
고성 화진포 호수다.
동해안에서 가장 넓은 석호.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이곳의 물은 늘 고요하다.
파도가 멈춘 자리에서
생각이 가라앉는다.
호수 둘레길을 걷다 보면
걸음이 먼저 느려진다.
말보다 숨이 길어지고
사진보다 눈으로 오래 보게 된다.
날이 맑은 날에는
하늘과 산, 구름이
호수 위에 겹겹이 내려앉는다.
무엇이 위고 아래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
지금의 나만 또렷하면 된다.
이 길은
무언가를 성취하러 걷는 길이 아니다.
마음을 정리하러,
생각을 비워두러 걷는 길이다.
그래서 화진포는
‘가볼 만한 곳’이라기보다
‘머물러도 좋은 곳’에 가깝다.
빠른 여행 일정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
바다로 향하기 전,
혹은 바다를 다 본 뒤에
화진포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동해의 파도가 알려주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 호수는 조용히 들려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