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문이 닫히고
조용히 공중으로 떠오르는 순간,
나는 이미 일상에서
한 발 떨어져 있었다.
아래로는 의암호.
햇빛을 머금은 물결 위로
조용하게 윤슬이 빛나고 있었다.
호수는 하늘을 닮고,
하늘은 호수를 담았다.
나는 그 사이를
천천히 건너고 있었다.
삼악산으로 오르는 길은
그저 이동이 아니라
계절을 통과하는 시간이다.
여름의 초록이 남아 있는 곳도 있고,
벌써 깊은 붉음으로 물든 능선도 있다.
서로 다른 색들이 섞이며
춘천의 계절을 하늘에서 바라본다.
케이블카 안에서
사람들은 말이 줄어든다.
대신 창밖을 본다.
사진을 찍다가도
잠시 멈춘다.
아마도
이 장면이 너무 커서
말로 담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에 내리면
바람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차갑지도, 덥지도 않은
딱 가을다운 온도.
전망대에 서면
춘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의암호가 부드럽게 흐르고
도시는 작아지고
산은 더 또렷해진다.
멀리 보이는 능선 위로
단풍이 층층이 쌓여
마치 수묵화 위에
붉은 물감을 떨어뜨린 듯하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어제와 같은 장소인데도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이유.
아마도
계절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속도가
잠시 느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내려오는 길,
나는 문득 생각했다.
하늘을 건너는 짧은 시간 동안
마음도 가벼워졌다.
나는 그 사이에서
잠시 멈추어 있었다.
그리고 그 멈춤이
이번 삼악산 케이블카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
하늘을 건너는 동안
마음도 가벼워지고
나는 잠시
멈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