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이 영월로 들어오던 날,
소나기가 내렸다고 한다.
소나기재.
영월로 들어오는 고개 이름이다.
비가 잦아 그렇게 불렸을까,
아니면 그날의 기억이 이름이 되었을까.
왕은 열일곱이었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왕의 자리도 멀어졌을 것이다.
산은 높지 않았지만
넘어야 할 시간은 깊었다.
말발굽 소리는 젖은 흙길에 묻히고,
행렬은 말없이 고개를 넘었을 것이다.
누구도 크게 울지 않았고,
누구도 크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는 잠시 세상을 흐리게 만든다.
멀리 보이지 않게 한다.
어쩌면 그날의 비는
왕의 눈을 가려주기 위한 장막이었는지도 모른다.
영월은 그렇게
한 왕을 맞이했다.
환영도, 축포도 없이
산과 강이 대신 침묵으로 맞이했다.
소나기재를 넘는 순간,
단종은 더 이상 왕이 아니었다.
그러나 영월은
그를 잊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
지금 그 고개를 지나면
비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람은 여전히 분다.
우리는 알고 있다.
어떤 도시는
비를 맞으며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