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호반의 도시다.
의암호와 소양강이 만들어낸 물빛이 도시의 표정을 바꾸고,
바람이 스쳐갈 때마다 여행자의 마음도 가볍게 만든다.
그리고 춘천은 닭갈비의 도시다.
사람들이 “춘천 왔으면 닭갈비지”라고 말하는 순간,
여행은 이미 반쯤 완성된다.
그 두 개의 상징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춘천 명동이다.
명동은 늘 목적지였다.
대학생 시절엔 신입파티의 시작이었고,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일단 명동부터”가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춘천을 소개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명동 골목 하나에 들어 있는 듯했다.
거리로 들어서면
시간이 한 번 꺾인다.
새로 생긴 간판도 있고 반듯한 프랜차이즈도 있지만,
명동의 공기는 어쩐지 오래된 약속 같은 것이 남아 있다.
낡은 벽면, 오래된 건물의 결,
바닥을 밟을 때 들리는 미세한 울림.
그 위로 사람들이 지나가며
오늘의 춘천을 만들고 있다.
명동 한가운데,
황금빛 닭 조형물이 시선을 잡아끈다.
닭갈비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가장 유쾌한 방식으로 세워둔 상징 같다.
한때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이
이렇게 ‘풍경’이 되어 서 있는 모습이
괜히 반갑다.
명동의 레트로 감성은
거창한 연출이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오래 다녔던 길이
그 자체로 레트로가 된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도
골목의 리듬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명동은
관광지라기보다 생활의 풍경에 가깝다.
젊음도 있고, 추억도 있고,
오래된 단골의 시간도 있다.
명동이 특별해진 순간이 또 있었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던 시절,
춘천은 ‘첫사랑의 도시’처럼 불리기 시작했다.
명동은 그 기억의 길목이 되었고,
한동안 일본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로 불릴 만큼
많은 발걸음이 이어졌다.
바닥에 새겨진 문구를 읽다 보면
그때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들에게 첫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었다.”
한 줄의 문장인데,
이상하게 춘천과 잘 어울린다.
춘천은 원래
어떤 사람에게는
첫사랑 같은 도시이기도 하니까.
골목 한켠에는 손도장이 남아 있고,
조형물은 사람을 기대게 한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잠깐 멈춘다.
명동은 늘 바쁜데,
그 바쁨 속에도
잠깐 쉬어갈 틈이 있다.
춘천여행에서 명동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먹거리 때문만은 아니다.
명동은 처음 온 사람에게는 춘천의 첫인상이 되고,
오래 살았던 사람에게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기억의 골목이 된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고, 닭갈비의 도시다.
그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길을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오늘도 명동을 먼저 떠올린다.
명동은
맛으로 기억되고
골목으로 다시
생각나는 춘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