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악산에 올랐다.
이유는 분명했다.
인증.
강원 20대 명산,
그 기록 하나를 남기기 위해
익숙하게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산은 늘 그렇듯
말없이 시작된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숨은 조금 가빠지고
생각은 점점 단순해진다.
그때였다.
발걸음이
잠시 멈춘 순간.
낙엽 사이로
작은 꽃 하나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노루귀였다.
아직 겨울이 다 지나가지 않은 산에서
가장 먼저 봄을 꺼내는 꽃.
나는
그 꽃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조금 더 오르자
연보랏빛이
산길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현호색.
이름도 모른 채
그저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꽃들이
오늘은 이상하게
마음 깊이 들어왔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산 전체가
연분홍으로 물들어 있었다.
진달래였다.
인증을 위해 오르던 산이
어느 순간
위로를 주는 산이 되었다.
나는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사실은
꽃을 향해 걷고 있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오늘의 기억은
이 사진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난
작은 꽃들일 거라고.
산은
늘 그 자리에 있고
꽃은
잠시 피었다 사라진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삼악산을 내려오는 길,
나는
조금 천천히 걸었다.
인증은 끝났지만
마음은
이제야 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