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rendipity Mar 02. 2021

라스트 레터 (2020)

이와이 슌지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항상 떠오르는 영화의 대사가 있다.

바로 이와이 슌지 감동의 영화 <러브레터>의 "오겡끼데스까!"

러브레터가 개봉된 1995년은 일본 대중문화가 금지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대학 내에서 열렸던 영화제에서 잔디밭에 앉아 모기에 물리면서 처음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딱히 오겡끼데스까를 외쳐볼 만한 사람도 없지만 <러브 레터>를 보고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도 있구나 하고 받았던 느낌과 그 여운은 아직까직도 여전하다.


슌지 감독의 2020년 신작 <라스트 레터>가 지금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러브레터>가 설경을 배경으로 마치 꿈속을 이끌려가는 것 같은 스토리로 푹 빠지게 한다면, <라스트 레터>는 그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슬픈 영화이다. 물론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의 순수함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그의 인생작 <러브레터>가 워낙 대중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라스트 레터>를 보면 감독도 어쩔 수 없이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고, 관객 입장에서도 영화를 보는 내내 이전 작품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40대 초반의 유리는 친언니 미사키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언니 대신 25년 전 고교 졸업반 동창회 모임에 참석한다.

동창들은 졸업 후 처음 보는 유리를 보고 언니 미사키로 착각하고 고교시절 자신이 짝사랑이자  언니를 좋아했던 쿄시로를 만나 연락처를 교환한다.

본인의 주소 없이 쿄시로에게 편지를 보내는 유리와 어린 시절 유리의 집으로 편지를 보내는 쿄시로. 그런데 시골집에서 이 편지를 받은 것은 미사키의 딸 아유미였고 아유미도 미사키 인척 하고 답장을 보내 고교시절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고교시절의 첫사랑, 편지, 이별,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그리움

이와이 슌지 감독은 고교시절의 첫사랑, 편지, 이별,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그리움 등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말해주듯이 이런 클리셰들을 이용한다. 어떤 경우는 스스로 이전 작품을 오마주 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오겡끼데스까"라는 대사를 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훔쳐보는 장면도 등장한다.

같은 클리셰를 이용하지만 스토리는 전혀 다르게 풀어나가고, 슌지 감독 특유의 수수께끼를 찾아가는 것 같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2시간을 꽉 채운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극 중에서는 25년 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동창회를 하면서 주인공 유리는 25년이나 지난 지금 선배가 나를 기억할까?라고 생각한다, 또 쿄시로는 미사키에게 나는 너를 25년째 사랑하고 있다고 편지를 쓴다. 러브레터가 1995년작이고 25년 후 <라스트 레터>가 개봉되는데 감독이 재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한 설정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슌지 감동의 영화는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자연을 다루는 영상미가 상당히 뛰어나다. <러브레터>에서는 홋가이도 오타루 지방의 설경을 아름답게 보여줬는데 <라스트 레터>에서는 센다이 지방의  숲과 계곡, 그리고 비 오는 시골 풍경의 청량함을 화면에 잘 담아낸다. 러브레터의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다시 출연하는 게 화제이기도 했지만 역시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 같다. 이전 영화에서 여주인공과 뒤에서 지원해주던 아키바 선배가 이번에는 미호의 나쁜 남편으로 나온다는 설정이 좀 흥미롭다.   

미호와는 달리 슌지 감독의 히로인 마츠 다카코는 <라스트 레터>에서도 아이 2명을 키우면서 스스로 아줌마라고 부르는 40대임에도 여전히 20년 전 <4월 이야기>에서와 별 차이가 없는 외모로 여전히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에 어쩔 줄 모르는 허당스러운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 <러브 레터>에서 OST를 빼놓을 수 없다. 레메디오스라는 작곡가의  차분하면서도 서정적인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배경음악이 영상미를 더 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라스트 레터>의 도입부 음악도 비슷한 느낌이어서 같은 작곡가인가 했더니 다른 사람이다. 음악은 전작을 못 따라가는 것 같고 영화 엔딩 크레디트와 같이 나오는 주제곡은 좀 생뚱맞은 느낌도 든다.


4월이 되면 <4월 이야기>를 극장에서 개봉해주고 마츠 다카코의 청순함과 풋풋함을 흩날리는 벚꽃과 함께 스크린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러브레터>와 <4월 이야기>의 OST를 꺼내 들어본다.

His smile  from  OST Love letter 

https://youtu.be/NjRSrvDGQh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