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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치 Jan 01. 2023

찬란했던 첫번째 서른 기록하기

2022년을 기록하고, 2023년 맞이하기

지난 한해, 그러니깐 2022년은 정말이지 운이 좋았나 싶을 만큼, 노력했던  일들이 적지 않은 성과로 나타났던 한해였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내 의지만으로 이어나간 노력들의 결과였기 때문에, 그 결과들은 낮춤없이, 온전히 나의 자긍심 항아리독을 채워주었다. '찬란하다'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는, 작년 한해를 하루를 더 넘기기 전에 기록해본다. 


1. 250페이지 경영실적보고서를, 부끄럼없이 완성하다

작년 나는 회사에서 '성과관리' 라는 연차 대비, 다소 중책인 일을 맡았다. 실적에 대한 부담이 없는 공공기관 여타 업무와는 달리, 외부에서 수감받는 평가를 전담하는 업무였기 때문에 부담이 꽤나 큰 업무였다. 전 부서를 탈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위공모해 간 자리라, 사실상 자진해서 일을 맡은 셈이어서 스스로도 잘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어찌됐건, 꼬박 3개월을 매진한 끝에 250페이지의 보고서를 작성해내었는데, 그 때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신기한 감정을 느꼈다. 결과물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 오탈자가 발견되더라도, 외부평가가 잘 나오지 않더라도 이만치면 충분히 잘 해내었다 하는, 어떤 결과든 스스로가 긍정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4개월즈음 후 평가 결과가 나왔고, 우리 기관은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 일로 전 임직원은 평소보다 많은 성과금을, 나는 기관장 표창을 받게 되었다.   


2. 사회인으로서 첫 수상, 외교부 주최 '외교 정책 제안 공모전' 에서 수상하다

회사에 공람된 문서 중 시선이 가던 문건이 하나 있었다. 외교부 주관의 '외교 정책 제안' 공모전이었는데, 제출내용이 간단하기도 하고, 마침 생각해놓았던 아이디어들도 있었어서 지원이나 해볼까 싶었다. 그치만, 본질적인 의문도 함께 들었다. "굳이 왜?",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는 내가 스펙이 필요할 일도 없고, 수상을 기대하지도 않는데. 본래 나란 사람이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과정 자체에 가치를 높게 둔다 하더라도, 굳이 왜. 내가 이 공모전에 지원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재외동포'를 주제로 한 꽤나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실제로 이 것이 정책으로 실현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회사원치고, 꽤나 낭만적인 나의 동기에 내 파트너는 불을 짚여 주었다. "이왕 하는 거, 잘 작성해서 제출해 봐." 내 도전에 '굳이'라는 의문보다는, 고맙게도 그는 그저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결국 나는 이왕 하는 거, 내 직업윤리와 그의 응원에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내보이겠다고, 당초 들이려는 노력보다 열심히 했고, 그 결과 '최우수상'을 뜻밖에 수상했다.  


3. 산티아고를 다녀오다

작년 7월에 회사로부터 긴 휴가를 얻어 산티아고를 다녀왔다. 그 과정은 전의 글에 전술하였기 때문에 생략한다. 목표로 했던 구간은 프랑스길의 '아스토르가'로부터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총 270km정도가 되는 거리였다. 13일을 걸었으니, 매일 20km 정도를 8kg 배낭을 지고 걸었다. 산티아고 치고 대단한 무용담이 있거나, 인생을 바꿀만한 귀인을 만났거나 한건 아니었지만, 산티아고 여정의 가장 기본된 목적은 충실히 수행했다. 다치지 않고, 물건을 잃어버려 곤경에 처하지 않고, 목표했던 여정을 무사히 '홀로' 완성한것. 그 토록 바래왔던 자기확신은 놀랍게도 어떤 정신적인 것으로부터가 아니라, 내가 딛은 실제의 걸음으로부터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멋졌던 서른 살이었다. 서른(만 나이) 두 번째 해는, 진로의 결정, 미래의 불확실성, 결혼 등의 난제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작년 서른을 보냈던 나니깐, 어떻게든 현명하고 단단히 겪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허투로 쌓은 게 아닌 자긍심과 자기확신을 자양분 삼아 잘 선택하고, 앞으로 잘 나아가자. 어찌됐건 서른살의 너는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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