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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호 Apr 18. 2018

#2017. 09.22. 바라나시 고진감래. 인이

아그라에서 바라나시. 버스로 11시간. 내일을 위해 쉰다.

# 인이: 인도 이야기의 줄임말. 다음(daum) 포털사이트에 인이를 검색하면 글이 나옵니다.


  ‘핸드폰에 알람이 떴다. 배터리 10% 남았습니다.’


  아침 7시에 아사히의 뒤척임에 잠에서 깼다. 버스는 10시간을 달렸는데도 부족한지 아직도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핸드폰은 배터리가 없어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비몽사몽 하며 핸드폰을 콘센트에 꽂았다.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아쉼’이 자신 있게 버스에서 충전을 할 수 있다고 강조를 했지만, ‘아쉼’의 신뢰도는 역시나 배신하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버스를 뛰어다니며 콘센트가 보이는 곳마다 충전기를 꽂았지만 충전은 되지 않았다. 버스 안에서 뛰어다닌 게 웃겼는지 한 인도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헤이 브로, 여기 충전 안돼. 망가졌어”

말을 듣자마자 절망에 빠졌다. 아직까지 숙소 예약도 못하고 바라나시의 명소도 찾질 못했다. 망연자실한 상태로 늦게나마 론리 플래닛을 꺼내 숙소와 명소를 찾기 시작했다.


    오후 12시쯤 되자, 16살쯤으로 보이는 소년이 버스 안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모든 문을 치면서 힘껏 고함을 질렀다.

“여기 마지막 정류장이야!!. 여기 마지막 정류장이야!!” 

버스 승객들은 그제야 신발을 신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를 끝낸 사람들은 먼저 내리기 위해서 줄을 섰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지난 혹독한 날을 생각하며 감사함을 느꼈다. 날씨는 포근했고 햇볕 또한 따듯했다. 감사함도 잠시, 기지개를 펴기도 전에 툭툭 기사들은 나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둘러싸며 말했다.

“어디가?, 어디 숙소야?, 싸게 해줄게, 말만 해, 혼자가?”

 여러 명이 한 번에 동시에 말을 했다. 이구동성 게임 인듯한 착각이 들면서 머리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아사히에게 다가가 작별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툭툭 기사들의 호객행위에 아사히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참고 있었던 분노가 차오르면서 입 밖으로 소리쳤다.

“나 좀 가만히 내버려둬!!!!!!”

툭툭 기사들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꺾으며 말했다. 

“No problem ”   


툭툭 기사들을 보내고 나서야 아사히와 나는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 같은 혹독한 시간을 같이 보낸 탓에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9월 21일 Part.2 보면 나옵니다.) 우리는 서로 악수와 포옹을 하며 서로를 격려를 했다.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에 목적지를 물어봤다. 아사히는 아직 못 정했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작별인사를 하기 전에 미리 목적지부터 말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났지만 우리는 다시 뭉치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 문제가 있었다.


핸드폰이 꺼져있어서 숙소를 정하지 못한 건 물론이고 툭툭 기사와 가격을 흥정할 수도 없었다. 핸드폰을 켜야 된다는 집념을 갖고 그때부터 15kg 되는 가방을 메고, 보이는 음식점마다 뛰어 들어갔다. 불행하게도 모든 식당에는 콘센트가 없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주유소에 들어가니 다행히 충전을 허락해줬다.


  핸드폰이 켜지자마자 숙소 예약을 하고 1) 올라 를 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가 있는 지역에는 단 한대의 택시도 없었다. 이제부터 툭툭 기사가 말하는 게 가격이었다. 하지만 굴복할 내가 아니었다. 대뜸 주유소 밖에 있는 툭툭 기사에게 다가가 숙소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 숙소로 가는데 얼마야?”

“300루피야”

“150루피 아니면 안타”

고개를 저으며 툭툭 기사는 말했다.

“250루피에 해줄게”

난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는 바로 옆에 있는 툭툭 기사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넌 얼마에 해줄 거야?”

“250루피에 해줄게”

“안돼 150루피 아니면 안타.”

사실 툭툭 기사들과 가격을 실랑이할 때 약간 불안했다. 툭툭 기사들끼리 나를 아예 배재시키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세 번째 툭툭 기사에게 말했다.

“여기 지도 있어. 넌 얼마야?”

“200루피에 해줄게.”

“150루피 아니면 안 탈 거야”

“그럼 180루피에 해줄게, 더 이상은 안돼, 지금 바로 출발하자”

“음.. 알겠어, 180루피! 가자, 아사히 가방 들고 와 툭툭 타자”

300루피에서 180루피까지 깎았다. 한국돈으로 2천 원도 안 되는 돈이지만, 나는 완전한 인도 여행자가 되어 있었다.


1) 올라 : 택시를 잡아주는 어플이다. 예를 들면 카카오톡 택시다. 대부분 툭툭을 탈 때 올라의 가격을 기준으로 잡고 툭툭 기사들과 가격 흥정을 한다.


    20분 정도를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돈줄 때가 되니 가격을 깎은 것에 대해 조금은 미안했다. 우리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고맙다며 20루피를 더 줬다. 게스트하우스 2층으로 올라가 매니저를 찾았다. 매니저는 키가 작고 수염이 덥수룩했다. 매니저는 우리를 보자마자 밝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편안하게 말했다.

“여기 집처럼 편하게 생각해. 가방 내려놓고 이제는 편히 쉬어”


  자리 배정을 받자마자 가방을 팽개치고 따듯한 물로 샤워를 했다. 하루 동안 인도의 매연과 먼지를 마신 탓일까 머리는 기름져 있었고 몸에서 땀 냄새가 나는 듯했다. 샤워를 하는 행복은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었다. 


11시간 버스 이동, 툭툭 기사와의 실랑이, 그리고 더운 날씨까지 삼박자가 완벽했다. 델리에서 아그라를 통해 바라나시까지 힘들게 왔다. 하루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었다. 침대에서 하루 종일 요양했다.



From. Toronto

Instagram : Jooho92



바라나시의 저녘. 저녘에 불쇼를 한다. 신에게 바치는 행위.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뜯어진 문짝. 아름답게 바라나시의 명소를 그렸다.
바라나시의 골목. 소들이 골목을 돌아다닌다. 마치 사람같다.
소들도 더운지 물에서 샤워를 한다. 많이 탔는지 피부가 까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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