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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하루 Jun 04. 2024

병원을 다녀 왔다.

실전에 강한 나

다음 주 시술? 간단한? 수술을 준비하여

몇가지 검사를 받았다.

의사의 반반 소견에 “예, 감사합니다.”

짧게 미소 지으며 착한 학생처럼

입원 전 준비할 종이를 받아 들고 왔다.

수술동의서에 사인하는 보호자 앞에서

마지막 품위를 유지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시험치기 전에는 많이 긴장한다.

그러나 막상 시험에 돌입하면

평온해지고, 차분하게 우아하게

게임하 듯,

흥미진지.

게임을 풀어 나가 듯

문제를 풀어 헤친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상태,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인식하고선

타인의 일을 바라보듯이

무감정, 무덤덤

치료과정을 잘 따른다.


바다에 빠진 사람의 최선은

온몸에 힘을 빼고

구조자가 이끄는대로 기다리며

몸을 맡기는 것.


온몸으로 감정을 받아들이면

과도한 공포로 몸에 힘이 들어가고

숨 쉬기가 힘들어질테니.


참 대견하면서도

이런 내가 안쓰러워진다.


오늘 병원을 다녀 온 나는

지극히 평온하다.

그래, 힘을 빼고, 잘 하고 있다.

내가 애쓸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이 되는 것이 최선이니.


조직검사의 결과는 좋았고

암검사는 지극히 나쁘게 나왔단다.

이럴 때는 병변을 떼어 내어 검사 후

결과에 따라 재발률 제거를 위한 좀더 큰 재수술,

또는 퇴원이다.

의사는, 병원은,

항상 간단한 수술에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설명서에동의를 받는다.

설명을 듣다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뜰라치면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에 혹시라도 그럴 경우에는.... 블라블라...”

이런 말들로 안심시킨다.


그러나 그랬지 않은가.

십여년 전에도 산술적인 수치로

조직검사에서 10퍼센트만이 암으로 판명난다고..

그러나 나는 10퍼센트에 들어선 그 결과를 받아 들고

누구에게는 일반적으로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암환자였으나

나한테는, 백퍼센트의 나는, 명백한 암환자였던 것이었다.


5년내에 생존확률 90퍼센트가 넘는 비교적 착한 암이라느니, 그래도 심장마비 환자보다는 미리 주변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예견할 수 있는 암이라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라는 둥.

이런 말들은 그 당시에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우야든둥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잘 버텨서

중간의 자칫 방심할 때 나타나는 고비들을 다 넘기고

장애물들을 넘어서 중간중간 지뢰들을 밟지 않고 피해서

한세트 게임을 끝내야하는..

온라인 게임 안의 말들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오징어게임 영화를 볼 때

우리의 인생이

어찌보면 영화의 그 인물들 삶처럼

치열하게 비열하게 살아내는 삶들인 것 같았다.


지금 딱 필요한 건?

생각을 멈추고, 자는 것이다.

내일의 해가 뜰 때

다시 일어나고

다시 일상을 살아 나가면 된다.

밥을 먹듯

병원 가고

고뇌는 의사한테 맡겨 두고

내몸을 맡기기만 하면 됟다.

한도가 넉넉한 신용카드를

준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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