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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하루 Aug 04. 2024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 받았습니다

예의 바른 부산의 동남아외국인들

부산 지하철 2호선

평일, 휴일, 낮

이런 때는 부쩍 노인들이 많습니다

평소 평일 낮 휴일 낮 지하철을 잘 이용하지 않다가

올해는 제주도로 이주한 뒤

부산나들이를 가끔 올라치면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뉴스에서나 보던

부산의 고령화 인구를 잘 체감하게 됩니다.

십여 년 전에는 지하철 이용 인구가 적었을 때

지하철 수익이 어려운 때에

노인의 지하철 승차 공짜 제도 도입에 곱지 않아 하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여

나들이를 많이 하니

집에만 칩거하게 되면서 오는 외로움 등등으로

건강이 나빠지면 국가적으로도 손실인데

그리고,  요즘은 육십 대 이후 세대가 새로운 황금 소비층으로 떠오른다 하니 서로 윈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약이 쫌 심했지만... 하여튼.


아주 더운 바깥 온도가 34도인 오늘 낮

수영역에서 2호선 지하철을 탔습니다.

들어서니 앉아 있던 동남아 청년들 무리에서 한 명이

일어서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자연스럽게~

평소에도 종종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인가 봅니다

‘외국인도 한국에 오면 자연스럽게 한국인화되어

한국의 노인 공경 문화에 스며드는가 보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야‘라고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반대쪽 좌석 앞에 서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 정거장 뒤에 동남아 외국인이 일행 속에서 한 명이 일어서기에 내리는가 보다 생각하여, 그 자리에 앉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엉거주춤 서서 내게 자기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합니다. 자기 내리니까 여기 앉으라는 친절한 청년인가 생각하다가 순간 나머지 앉아 있는 청년들도 나를 일제히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순간 아차! 내 옷차림을 보니, 더위로 헐렁한 긴 빨강 면원피스를 입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A라인 원피스로 허리가 가슴팍쯤에서 조여지는 옷인데

한두해 입어서 늘어나 흡사 임부복처럼 잘못 보이기도 하는.... 한 5~6개월쯤 되어 보이는.... 쩝.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모른 척 감사해하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앉을 수도 있었으나, 덜 피곤? 했기에...

서툰 영어 단어로 오해를 풀어 주며 사양을 했습니다

“ 땡큐, 노 베이비 인 마이(배를 가리키며 ㅋㅋㅋ) 땡큐 땡큐. 아임 올드맨, 피프티쓰리이어즈 올드, 땡큐땡큐”

 난, 가임기 여상으로 젊게 봐줘서 고맙다는 말을 그들에게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들은 무척 당황해하며 멋쩍은 부끄러워하는 웃음을 웃습니다.

예쁜 청년들입니다.


이 일로 해서 그들이 다음에는

또 임신부처럼 보이는 여성에게

자리 양보하기를 주저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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