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시작한 지 1일의 시간에서 어느덧 6개월의 시간이 넘었다.
책방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맞이한 겨울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듯 길게 느껴지더니 6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그 시간을 뒤돌아보니 그렇게 길게 느껴졌던 시간은 마치 눈 한번 깜빡였던 찰나의 시간 같다.
그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나도 책방도 조금씩 변해갔다.
나의 변화는, 책방을 대하는 마음이다.
책방의 처음 시작은 나의 오래된 꿈 실현이었다. ‘언젠가’라는 전제를 달고 10년간 마음에만 품어왔던 꿈이었고, ‘언젠가’를 떼고 ‘지금’ 책방을 시작할 때는 나의 오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나를 중심으로 시작한 책방은,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하면 책방에 오게 할까?
책방에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책과의 인연을 이어 줄 수 있을까?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긴 겨울을 지나며 이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그런 고민 끝에 책방의 모습도 조금씩 변했다.
책방의 변화는, 첫 번째는 큐레이션의 세분화다.
처음의 큐레이션은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했는데, 이 큐레이션이 담고 있는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이걸 세분화하기 위해 내가 책을 선택하는 방식을 적용하여 질문을 바탕으로 큐레이션 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질문’이다.
나는 질문이 떠오를 때 책에서 방향을 찾기도 하고, 책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 더 나은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질문은 때론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되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 품고 있는 고민이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더 깊이 알게 되고, 타인에 대한 시선도 조금은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 문제집처럼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어떤 질문에 대해 방향을 찾도록 돕는 길잡이는 되어줄 테니.
그래서 내가 품고 있는 질문들, 그리고 지금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을 물음들을 중심으로 큐레이션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비밀책도 추가했다.
비밀책은 책 편식이 심한 사람, 책 선택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준비했다.
나도 책 편식이 심해 읽는 분야만 계속 읽게 되는데, 몇 개의 단서만 보고 선택한 비밀책으로 이러한 책 편식도 줄이고, 또 막상 포장을 뜯고 나서 마주한 책이 내 취향의 책이 아니더라도, 비밀책을 선택할 때 어떤 단어가 끌려서 선택한 것이니 이렇게 사게 된 책은 취향이 맞지 않아도 한 번 읽어 보던 나의 경험이 떠올라 추가하게 되었다.
또, 책방에 조금 편하게 발걸음 하라고 책 교환대도 만들었다.
집에 있는 책을 한 권 가져와, 책 교환대에 놓여있는 책과 교환해 가서 읽는 것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도 순환되고, 책방에도 편하게 발걸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만들어 놓았다.
이외에도 용기 내 모임도 시작했고, 벌써 두 번의 북토크도 진행했다.
이렇게 책방도 나도 6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책방을 시작한 처음의 마음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선 당연한 말이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하기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