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의 하루 일과는 단순하다.
논산에 있는 집에서 공주에 있는 책방으로 향하는 출근길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시골에 있는 일반국도 길은 풍경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매일 달라지는 하늘과 구름,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논과 산의 풍경은 출근길의 지루함을 여행을 가는 설렘의 순간으로 만들어준다.
공주역사박물관 앞을 지나 교차로에 도착하면 오늘 주차를 어디에 할지 선택해야 한다.
직진하면 평일에 무료로 개방하는 성결교회 주차장으로 가는 것이고, 좌회전하면 제민천변에 주차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추운 거리에 조금이라도 짧게 있고 싶어 대부분의 경우 책방에서 거리가 가까운 제민천변에 주차한다.
주차를 한 후 잠시 엉뜨의 따뜻함을 느끼며 앉아 있는다. 책방은 추우니까 서둘러 내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차 안의 공기가 식어갈 때쯤 차에서 빠져나와 책방으로 향한다.
책방 오는 길에 밥 먹으러 오는 길냥이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책방에 들어와 서둘러 사료를 퍼서 밥그릇에 부어준다.
그렇지 않은 날은 냉기가 도는 책방에 잠시 서서 멍하니 있는다. 너무 추워 몸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책방에 있는 난방기부터 작동시키고 화장실로 가서 라디에이터를 틀어 공기부터 데워주기 시작한 후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청소를 시작한다. 마감 후에는 서둘러 나가기 때문에 청소는 늘 아침에 하는 편이다.
제일 먼저 책과 선반의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기를 돌린다. 청소를 다 하면 전날 저녁에 씻어 놓은 그릇과
물 받는 통, 차판을 정리한다.
쓰레기통까지 제자리에 가져다 두면 그날 책방을 채울 음악을 고를 차례다.
오늘은 어떤 음악으로 책방을 채울지 고심해서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본 뒤 마음에 드는 음악을 선택한 후 스피커와 연결한다.
여기까지 하면 시간은 11시를 향해 있다.
11시부터 책방 오픈하는 11시 30분까지 30분 동안의 시간은 그때마다 다르게 보낸다.
춥지 않은 날에는 제민천변을 따라 걷다가 좋아하는 빵집에 들러 빵을 사가지고 책방에 왔다.
추워진 후부터 난방기로 데워진 책방 밖으로 선뜻 나가지 않게 돼 산책은 중단됐고, 대신 책방에 머물며 커피를 한 잔 내려 원두의 맛을 체크해 보거나, 점심 도시락을 싸 오지 않은 날은 이 30분 동안 외식을 하고 온다.
가깝게는 진흥각 가서 짬뽕을 먹거나 가마솥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고, 가끔은 산성시장에 가서 먹고 온다. 이도 저도 귀찮은 날은 제일 가까운 김밥나라 가서 김밥을 포장해 와서 먹는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인스타에 올릴 글이 있으면 사진을 찍고, 게시글을 작성한다. 하나의 게시글을 올리는 것도 나에게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점심을 먹은 후부터 시작된 기다림의 시간 동안
입고할 책을 찾아보거나
총판을 비교하며 조금이라도 공급률이 낮은 곳에서 책을 주문하거나
매달 말일에는 개인적으로 거래하는 독립출판물 작가님들께 판매내역을 정리해 정산을 하고
책을 읽거나
요즘은 특히 뉴스를 많이 보고
책방일지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책이 배송 온 날은 포스기 입력을 위해 목록을 먼저 정리하여 포스기에 상품 등록을 하고 비어진 서가에 책을 정리한다.
너무 손님이 없는 날은 문을 열어놓고 근처를 잠시 걷고 왔는데, 겨울이 찾아온 후 간식을 사러 편의점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나가지지 않는다.
틈틈이 하는 일은
책 소개 글을 적거나, 그라인더에 쌓인 원두 가루를 청소한다.
새로운 것을 머리로 소화하는데 많은 피로감을 느끼는 나에게 그라인더 청소도 처음에는 막막했던 일이다.
손님이 나가시면 흐트러진 책을 정리하고, 가끔 잘못된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은 내가 애초에 큐레이션 한 서가에 다시 정리한다.
손님이 오시면 응대를 하고, 가끔은 손님과 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음료 주문이 있을 때는 커피와 차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며 그렇게 책방의 하루를 보낸다.
주기적으로 하는 화장실 청소와 제빙기 청소를 하는 날에는 조금 더 일찍 출근하거나 조금 더 늦게 퇴근한다. 아침에 할지 저녁에 할지는 그때의 컨디션에 따른다.
기계를 다루는데 서툴던 내가 그라인더 청소가 어느새 익숙해진 것처럼, 책방의 하루도 기다림도 이제는 익숙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