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하며 종종 나의 작은 마음을 마주한다.
누구를 미워하고 부러워하는 그런 작은 마음과는 다른 차원의 나란 인간을 마주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이 일은 아직까지 찜찜하게 남아있다.
책방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모두 정가에 판매한다. 작은 동네 책방이다 보니 대형 서점처럼 할인을 제공하기 어려운데, 높은 공급률에 할인까지 적용하면 실상 원가에 판매하는 것과 비슷하게 된다.
동네 책방에서 책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그 공간을 애정하고 오래 존속되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하루배송과 할인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책을 사는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오셔서 책을 구매하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큰 것이다.
나는 그 감사함에 보답하기 위해 더 좋은 책을 선별해서 큐레이션 하고 이 공간에 오셨을 때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가실 수 있도록 공간을 꾸리기 위해 노력한다.
가끔 많은 권수를 구매하시며 할인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럴 때는 정중히 할인이 어려운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12월 어느 날 방문한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분이 계산을 하며 본인이 어떤 조직의 회장인데 사람들 많이 데리고 올 테니 할인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다른 분들께 응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할인이 어려운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정가에 계산했어야 했다.
하지만 ‘손님을 많이 데려온다’는 말에 할인을 적용해 주었다.
그날 퇴근해 집에 가는 동안 하루를 복기하며 그 일을 곱씹어 보았고, 나의 행동과 그분의 행동 모두 정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분은 본인의 직위를 이용해 남들과는 다른 특혜를 바란 것이 정당하지 못한 것이고,
나는 내가 얻을 것이 있다는 생각에 남들과는 다른 혜택을 그분께 드린 것이 정당하지 못했다.
그 일이 아직까지 마음에 남는 건, 내 행동에 대한 스스로의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 요청을 받았을 때, 먼저 "이건 옳지 않은 요구다"라는 판단이 들었어야 했는데, 손님을 많이 데려온다는 말에 내가 얻을 이득부터 떠올리고 그 요청에 응했던 나 자신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다음은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다.
공주에 유일하게 있는 한 명의 친구의 친구가 아이들과 함께 책방을 찾아주었다.
공통의 친구에게 들었다며 한번 와보고 싶었노라며 책을 사셨다.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딸과 엄마 품에 안긴 갓난아기와 함께였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내가 마침 젤리를 사다 놓은 게 있어서 젤리를 줘도 되냐고 물어보고 아이에게 젤리를 조금 덜어주었다.
그 당시에는 별생각 없었는데 집에 와서 일기를 쓰며 하루를 되돌아보다 그걸 그냥 한통 다 주지 않고 덜어준 것이 또 맘에 걸렸다.
이건 식탐의 문제일까. 나눔에 대한 마음의 문제일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생각해 봤다. 젤리를 좋아하지만 너무 자주 사 먹지 않기 위해 자제해 왔다. 이날 산 젤리는 좋아하지만 평소 먹던 젤리보다 흔하게 팔지 않아 나도 무척 오랜만에 샀다.
그래서 그런 거라 생각해 본다. 자주 먹지 않기 위해 몇 번 참다가 자주 접하기 힘들었던 젤리를 샀고 내가 먹고 싶은 식탐이 더 컸던 거로. 한통을 다 주고 또 사러 가기에는 귀찮음이 있었던 거라고.
친구에게 연락해 그 친구를 만나면 나 대신 간식을 전해달라 했다.
책방에 간식 사다 놓을 테니 언제 들러 그 친구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종종 나란 인간을 마주할 때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당혹감.
새로운 환경에 놓이니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놓이면 그때는 작은 마음대신 큰 마음의 내 모습을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