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인생의 절반을 살던 곳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이후로 대구를 제대로 구경한 적이 잘 없는 것 같다. 언젠간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미뤄온 탓이다.
동아리에서 여행할 곳을 계획할 때 나는 대부분 전국의 축제를 찾아보곤 했다. 그러다 4월 중순(2020년에는 4월 18일로 예정되어있었다)에 대구에서 풍등축제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티켓팅을 도전했지만 경쟁이 치열해 실패해버렸고 대신 이월드에서 올라가는 풍등을 바라보기로 계획했다.
진주에서 대구까지는 직행 고속버스가 있다. 생각보다 자주 있어 집을 오갈 때 편했던 기억이 있다. 대구로 가는 날은 벚꽃이 참으로 아름답게 핀 날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서문시장으로 간다. 우리가 내린 서대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서문시장은 3호선 덕분에 이동이 편하다. 특히 3호선은 경전철인 덕분에 대구 시내를 구경하며 이동하기 좋다.
한때 3호선은 실효성과 미관 등의 이유로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가뜩이나 막히는 길에 차선을 막고 공사를 했으니 어련했을까. 게다가 대구는 지하철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더 반감이 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완공 후에는 다들 만족하는 분위기이다. 3호선의 특징은 무인차량을 운행한다는 점과 주택가를 지날 때 창이 자동으로 불투명해진다는 점이다. 처음 개통했을 때는 어르신들이 마실 겸 자주 애용했었다. 지금은 관광객부터 시민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서문시장역에 도착했다. 서문시장은 조선 후기 삼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고 전국 3대 시장 중 하나였다. 과거 경상감영의 서쪽 문에 있다 하여 서문시장이라고 한다. 여전히 서문시장에는 포목, 음식, 농산물 등 수많은 매점이 있다. 바로 맞은편에는 동산의료원과 계산성당이 있으니 온다면 같이 가보는 것도 좋다. 시장 입구 근처에 대구의 명물인 납작 만두를 파는 유명한 집이 있어 먹으러 간다.
잘 튀겨진 납작 만두에 고춧가루와 파를 뿌려 상에 올려진다. 함께 주문한 비빔만두와 함께 먹기로 한다. 새콤한 양념에 갖은 야채로 잘 버무려진 비빔만두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반면에 납작 만두의 경우 예전에는 그렇게 맛있었는데 다시 먹으니 그냥 그렇다. 사실 납작 만두가 만두피에 당면이 들어가는 게 전부라 역시 만두 자체만 먹기에는 아쉽다. 그래서 대구에서는 납작 만두를 그냥 먹기보다 떡볶이 등과 같이 먹는다. 문득 찜갈비 골목도 얼마 안 먼데 그곳을 갈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배를 채운 우리는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위해 시장으로 간다. 서문시장에는 분식부터 국수, 전 등 수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다. 시간을 정해 각자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마음껏 즐긴 뒤 서문시장 입구에서 보기로 한다. 참고로 서문시장은 야시장으로 유명하다. 낮과 밤의 분위기 모두 활기찬 곳으로 대구를 여행한다면 꼭 가보길 바란다.
배를 든든하게 채운 뒤 달성공원으로 걸어간다. 달성공원에는 동물원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벚꽃이 매우 유명하다. 달성공원은 과거 토성과 경상감영이 있던 곳이다. 이 곳은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의 유래가 된 곳이다. 넓은 잔디밭과 달성토성, 최제우 상, 동물원 등이 있다.
공원 내부는 많은 나무 그늘이 있어 더위를 잊게 만들어준다. 특히 향토역사관 앞의 가이즈카 향나무의 이국적인 모습은 잊히지 않는다.
사람들이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공원으로 산책을 나와있다. 벚꽃나무 그늘 아래 누워 떨어지는 벚꽃을 보고 있으면 더위는 모두 잊힌다.
슬슬 저녁시간이 다가오고 우리는 이월드로 떠난다. 이월드는 과거 우방타워랜드로 불리던 곳이다. 대구의 가장 오래되고 놀 것도 많은 놀이공원이다. 어렸을 때 소풍의 메카로써 그동안의 나에게는 지겹기만 한 공간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워낙 지겨워서 입장권만 끊고 오락실에서만 놀거나 밖으로 나가 놀곤 했었다.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뒤 찾은 이월드는 새롭다. 이렇게 흥미로운 곳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와서 그런가 보다.
입구에서 표를 받아 들어가다 보면 저 멀리 83 타워(대구타워, 우방타워라 불리기도 한다.)가 보인다.
이월드 안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놀이기구를 타러 간다. 시간이 한정되어있다 보니 바쁘게 공원을 돌아다닌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한다. 줄을 서있는 동안 이미 풍등은 날아가버렸다. 원래 계획은 83 타워 전망대에서 날아오르는 풍등을 볼 생각이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늦은 김에 최선을 다해 놀이공원을 즐기기로 한다. 해가 진 이월드는 반짝거리는 놀이기구와 LED 장미로 한층 더 아름다워지기 시작한다.
타워 주변으로 벚꽃이 가득하다. 어두운 밤하늘에 불빛과 달빛으로 빛나는 벚꽃은 낮의 아름다움과는 또 다르다.
벚꽃뿐만 아니라 길 주변으로 수많은 전구가 빛을 내고 있다. 작은 전구들이 모여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다.
벚꽃을 즐기다 보니 벌써 약속시간이 다가왔다. 곧 버스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약속 장소인 정문에 도착했는데 몇 명이 없다. 하필이면 그중 한 명이 진주로 가는 버스표를 가지고 있다. 일단 먼저 온 친구들을 서부터미널로 보내고 늦게 오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재촉을 한다. 놀이기구를 타다 보니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단다. 저 멀리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불안한 마음에 택시를 태워 보낸다.
다행히 제때 버스를 탔다고 한다고 한다. 안심을 하고 집으로 향한다.
대구의 야경 하니 생각나는 곳이 또 한 곳 있다.
바로 디 아크(The ARC)이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강정보에 세워진 이 특이한 건물은 처음 봤을 때 고래가 생각났다. 이 건물은 강과 물, 자연을 모티브로 완성한 하니 라시드의 작품이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의 총 4층으로 되어있으며 전시실, 세미나실, 전망대, 카페테리아 등이 있다. 디 아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여러 탈 것을 빌릴 수 있는 가게들이 많다.
주차를 한 뒤 디 아크로 걸어간다. 일정 시간 간격으로 색을 바꾸는 이 조형물 주변으로는 넓은 공터가 있다. 강이 바로 옆이라 그런가 밤에도 시원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겉모습만 보기 아쉬워 내부로 들어간다. 가장 꼭대기층의 카페에서는 외부 전망대가 있는 테라스와 연결이 된다. 커피 한잔을 하며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그 풍경을 즐긴다.
대구는 이 외에도 앞산 케이블카, 수성못 등 명소가 많다. 특히 맛집이 많아 대구를 갈 때마다 폭식을 하고 오는 듯하다.
과거 수성못은 수성유원지 옆의 조그마한 저수지로 집에서 종종 산책을 가던 곳이었다. 수성못을 가꾸기 전에는 유람선도 떠다녔다. 그러다 몇 년 전 3호선이 계획되고 수성못이 전반적으로 재개발되었다.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지저분하던 도로는 깔끔하게 정비되었고 호수변도 나무데크와 타일을 이용해 깔끔하게 만들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버스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 두어 항상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저 작은 저수지였던 곳이 문화의 공간이 된 것이다. 과거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참으로 멋진 공간이 되었다. 수성못은 봄이 되면 매우 아름다워진다. 벚꽃이 피는 봄에 벚꽃터널을 흙을 밟으며 지나갈 수 있다. 덕분에 윤중로 못지않게 수많은 사람이 몰리곤 한다. 차들도 벚꽃을 보기 위해 천천히 간다. 바쁜 사람들은 이미 다른 길로 간 덕분에 다들 여유롭게 벚꽃을 즐기곤 한다.
노을이 지는 수성못에서 감상에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