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거에 어떠한 고민을 했을까? (1) 육아휴직
자주 가는 온라인 카페가 있다.
소위 육아카페이긴 한데, 현안을 가지신 분들도 많고 고민 글을 올리면 성심성의껏 다들 답변을 해주셔서
누구에게 말 못 할 고민이 있을 때 조언을 듣고자 자주 들락거린다.
물론, 저도 제 선에서 아는 게 있으면 알려드리려고 노력하지만... 쩝!
거의 10년 넘게 카페 활동을 하고 있어서
사진첩 정리하듯이 그동안 내가 이 카페에 어떠한 글을 남겼었나. 그때는 정말 치열한 고민거리였는데
그 일은 어떻게 되었나를 정리하려고 한다.
작성 글 179, 댓글 599, 방문 6663회 (2025. 1. 28. 기준)이다.
<과거의 나>
'육아휴직을 못 하게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2014.10.14.) 조회 674, 댓글 16
'휴직을 안 해주려 하네요(2014.12.09.) 조회 535, 댓글 2'
<현재의 나>
2014년에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육아휴직이었다.
2014년이면 아들은 9살, 딸은 7살.
아들이 06년생인데, 그때 내가 근무하는 곳은 육아휴직이 아예 통용이 안 되었던 곳이라
아들 성장하면서 한 번도 휴직한 적이 없었다.
다행히 친정엄마가 우리 집 근처로 이사까지 오시면서 아들을 돌봐주시긴 했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할머니가 돌보기에는 좀 힘든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의외로 맞벌이가 많이 안 계셔서.
맞벌이가 있으셔도 엄마들이 거의 다 휴직하셔서.
아들 반 엄마 중에 워킹맘이 나 포함 두 명이었다.
초1은 남학생들은 축구클럽을 하고, 여학생들은 생활체육을 했었는데
그 축구클럽이 초6까지 지속이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엄마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하더라.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유치원보다 훨씬 빨리 학교가 끝나서
엄마들이 다들 아이들을 데리러 가시는데
바로 집으로 가시는 게 아니라, 근처 놀이터에 가서 한두 시간 정도 놀린다고 했다.
우리 엄마도 매우 활발한 성격이었지만
자기 딸뻘인 엄마들 사이에서 같이 있기가 불편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아들은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으로 가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며칠 후에 아들이
'나도 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하길래,
그때 알았다.
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또 한 번의 놀이가 있었던 것을...
그래서 한번 두번 엄마가 놀이터에서 기다려주시긴 했는데 힘드셨을 것이다.
그러다가 너무 다행히
같은 반 친구 엄마가 내 아들을 챙겨주시겠다고 하신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주말에는 우리 집에서 그 친구를 불러 놀리곤 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학부모 모임에서 을이었다. 워킹맘이란 이유로.
학부모 모임만 한번 다녀오면 너무너무 힘들었다. 기 빨린다는 게 뭔지 알 정도로...
그랬던 아들의 1학년을 경험하고
딸아이 1학년 때는 반드시 육아휴직을 해야겠다고 맘을 굳게 먹었던 듯하다.
그러나 회사에서 불허했고
그 이유는 선례를 남기면 안 되기 때문이란다.
회사에서 제일 높으신 분과 두세 번 면담하고
부장님(부장님이 올드미스라 전혀 육아는 잘 모르셨다. 이때 알았다. 사람은 경험한 것만큼만 안다는 것을)
과 이야기하면서 울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개인적인 일까지 이야기했지만
결국 육아휴직을 하지 못했다.
누구는 그럼 회사를 그만두냐고 쉽게 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신랑의 혼자 벌이로 가정생활 꾸리기가 쉽지 않았고
주택담보대출도 아직 남아있고
아이도 둘이고
그래서 그만둘 수는 없었다.
지금 아들이 20살, 딸이 18살이 되었다.
내가 육아휴직을 하지 못해도 아이들은 성장한다.
그때 만약 내가 육아휴직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하지만.
내가 2014년 이 일을 겪으면서 지금에서야 느낀 점은...
1. 회사에 다닐 때 관리자의 성향, 회사의 분위기 등을 보면 내가 요구하는 것이 허락될 것인지, 불허될 것인지 어느 정도 감이 온다. 그러면 불허가 될 가능성이 80% 이상이면 요구하지 않는 편이 낫다(그만두지 않을 거면).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약자인 직원이 너무 상처받게 되며, 그 상처는 절대 아물지 않는다. 그 생채기가 회사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듯하다.
2. 육아휴직을 해서 초1 때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으면 너무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엄마들이 죄책감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죄책감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아이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만의 힘을 발휘해 잘 성장한다.
<미래의 나>
가끔 생각한다.
아들, 딸이 손자, 손녀를 봐달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
힘들어하는 자식들을 보면 봐주고는 싶지만
육아의 고된 점을 너무 잘 알기에
나 자신을 생각하면 용기가 생기지도 않고.
근데 아이들이 과연 결혼해서 자식을 낳을지... 결혼만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