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현재의 나

다이어트 (1) -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먹기

by gina

고등학교 때

학업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기 때문에

다이어트는 나와 거리가 먼 단어였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급식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엄마가 점심도시락, 저녁도시락 2개를 싸주셨는데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오늘은 어디 가서 저녁을 먹느냐는 거였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앞에는

분식집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한 곳은 쫄면이 아주 유명한 분식집(이 분식집 딸이 우리 반 친구였다. 결국엔 분식집이 너무 잘 돼서 분식집 건물을 사셨다고... 와우)

다른 한 곳은 즉석떡볶이로 유명한 분식집(여기는 지금 생각해 보면 깨끗한 편은 아니었고, 상당히 좁았지만, 분식집 안 쪽에 방 같은 곳이 있어서 뜨끈한 아랫목에 친구들과 함께 앉아 즉떡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청소가 끝나고 야자가 시작되기 전 저녁시간에

후다닥 달려가서 자리를 잡는 게 일상이었다.

꼭 친구들은 내가 목소리가 크다고 꼭 나에게 음식을 시키라고 해서 나는 그 많은 학우들을 제치고 쩌렁쩌렁 우리가 먹고 싶은 메뉴를 말했던 기억이 난다.

' 아줌마, 여기 쫄면 2개, 떡볶이 2개, 커피빙수 하나요 '

그럼 아주머니가 ' 알았다 ' 하시면 주문이 들어간 거였다.

친구들과 집에서 싸 온 도시락과 함께 분식을 먹으면서 했던 사소하면서 웃긴 이야기들.

그때는 뭐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는 시기라 했던 어른들의 말씀이 맞는 말이다.


고3 수험생 시절.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면 인서울은 꿈도 못 꾼다라는 속설을 또 철석같이 믿고

절대 4시간 이상 자지 않기 위해 친구들은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했고, 나 또한 나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야자가 10시에 끝나고 바로 독서실로 가면 10시 20분

그럼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그때는 이문세의 '별밤'이 어찌나 재밌던지...

별밤에 청취자들이 노래자랑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때 패널이 김건모였다.

어디서 그런 끼 있는 분들이 많은 건지

노래를 떠나 입담이 어찌나 웃기는지

독서실에서 소리 안 내고 웃으려고 얼마나 입을 틀어막았던지

중간에 정말 참을 수 없을 때

복도에 잠깐 나갔다 오려고 이어폰을 뺐더니

독서실에 다 ㅋㅋㅋㅋ 소리만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12시 30분에 독서실에서 나와 집으로 가면 12시 40분.

나 때는 0교시가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6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그럼 2시 이후에 자야지 인서울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다.


세상 성적에 쿨한 부모님과 여동생은 이미 꿈나라.

씻고 책상에 앉으면 새벽 1시쯤이 된다.

이때부터 마의 고비가 시작된다.

너무 졸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비법은

학교 야자 끝나고 독서실로 이동할 때 새로 나온 라면을 사가지고 독서실로 간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내 책상 앞에 새로 나온 라면을 올려두고

2시에 이거 먹고 자야지. 어떤 맛일까? 기대반, 설렘반

그럼 라면먹을 생각에 잠도 안 왔다.

2시가 되자마자 라면을 후딱 끓여서 먹으면 2시 20분쯤 된다.

그럼 부른 배를 토닥이며 잠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난 먹는 거에 진심이었고, 살찌는 거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학생이었다.


체형이 하체비만형이라

학교에서 앉아 있으면 다들 날씬한 줄 알았지만,

일어나면 '우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대학에 입학하고

새내기 시절을 만끽하다 보니

저녁에 밥보다는 술을

친구들과 동아리 기웃기웃

친구들과 이리저리 캠퍼스 투어, 미팅 등

살이 한 10킬로 쭉 빠지더라.

그때는 돌을 먹어도 살이 빠진다는 기초대사량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으니까... 쩝.


결혼하기 전에도 날씬한 체형을 유지했고,

결혼 후에 큰 아이 출산하고 바로 복직을 해야 했기에 등산하면서 살을 뺐다. 이 때도 20대였기 때문에 그냥 살이 잘 빠졌다.

그러나 2년 후에 둘째 출산 후에는 달랐다.

임신 중에 살이 20킬로 넘게 쪘기 때문에

쉽게 살이 빠지지 않았다.

근데 그러려니 했다.

그 시기에 마침 오버사이즈가 엄청 유행이어서

오버사이즈 옷만 미친 듯이 사다 입었다.

내 남동생 왈. '누나, 이렇게 입고 회사 가도 괜찮아? 무슨 인디언 추장 같은데'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바깥활동을 더 못하게 되고.

금요일 저녁 가족이 둘러앉아

텔레비전 보면서 치킨 시켜 먹는 것이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던 유일한 낙이었기 때문에

그날도 아들, 딸, 남편과 함께 냠냠 치킨을 먹고 있었는데.....

인터넷 쇼핑으로 산 데님 원피스가 문 앞에 박스채 있길래

치킨 먹다 말고 한번 입어보겠다고 입었는데

심지어 사이즈가 큰 오버사이즈였는데

뒤에 지퍼가 올라가지 않음을 깨닫고

아. 이래선 정말 안 되겠구나

정말 갑자기. 너무 현타가 오면서

멘붕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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