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by 코기토


우리는 살다가 부재를 경험할 일이 적다. 그러나 그 부재가 다가오는 순간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그러한 부재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영원한 것이 되는 순간 슬픔에 빠지게 되는데, 김애란은 그런 우리들에게 담백한 위로의 말을 건낸다. 바깥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원래 그랬던 것처럼 여름이고 우리도 원래 그랬던 것처럼 살아가면 된다고.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은 여러 종류의 이별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이별의 크기나 슬픔이 같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살면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이별들이다. <입동>속 주인공은 아들을 사고로 잃었고 <노찬성과 에반>의 찬성은 강아지 에반을 잃게 되었다. <건너편>은 사귀던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다루었다. 다양한 이별이 있지만 김애란은 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똑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자식을 잃은 그들도 결국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자식의 보험금을 써야 하고, 강아지의 안락한 죽음을 위해 열심히 알바를 해 모았던 돈은 장난감 가게에서 쓰게 된다. 같이 고시를 시작하며 만났지만 합격의 기로에서 다른 길을 걷게 된 두 주인공은 결국 헤어지게 된다. 이별은 당연히 가슴아픈 일이고 부재는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잊으면 안돼는 것이 있다고 말해준다. 바깥은 계속 여름이고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풍경의 쓸모>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다. 생각보다 삶은 영원한 이별 외에도 많은 부재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어릴 적 '누가' 사진을 찍을 때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사실'은 기억이 난다. 어렴풋. 그걸 말해준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없어도 그 사실만은 내 삶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연락을 하지 않는 아버지이지만 필요한 축하의 순간에는 늘 작은 선물을 보내왔고, 그 기억들이 쌓여 축하의 순간에는 늘 아버지의 선물이 떠오르게 된다. 우리는 늘 누군가 곁에 있고 매일 소통하고 부르면 볼 수 있어야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존재는 꼭 지금 이 순간 옆에 있어야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억에 의해서, 경험에 의해서도 완성될 수 있으며 부재라고 느껴지는 순간의 연속이 어쩌면 존재를 더 강하게 증명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김애란 작가의 말들은 담백하지만 마음에 울림을 준다. 그리고 억지 감동을 짜내는게 아니라 납득할만한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것이 그녀의 글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위로는 누군가에게 나의 감정을 내밷으면서 받을 수도 있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혹은 아예 실존하지 않는 허구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위로를 받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청의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나의 감정이 정리되기도 하며 한번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가가 바로 그녀이다. 다소 냉소적일 수도 있지만 바깥은 아직 여름이고 앞으로도 그 여름은 계속 올 것이며 우리는 잘 살아가야만 함을 잊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