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유학 인터뷰 일대기 (1)

이라 쓰고 소소한 팁이라 읽습니다.

by 강주피

인문사회계 박사 유학 ‘준비’ 유경험자의 소소한 팁 시작합니다. 강조를 몇 번 해도 모자라지만 - 저도 듣고, 찾아보고, 경험하며 알아차린 바를 몇 글자 남겼기 때문에 절대 매뉴얼이 될 수 없다는 점 미리 새겨둡니다.


인터뷰 오퍼가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첫째, 학과나 프로그램 특성 (및 학교 특성)에 따라 인터뷰 준비 방향이 달라진다.


특성을 파악할 때는 다음의 사항을 확인해보세요.

a. 인터뷰 형식이 무엇인가? Official vs. Unofficial

b. 학생 선발 시 어느 쪽의 권한이 지배적인가? Committee vs. POI

c. 그래서 누가 인터뷰에 들어오는가? 랜덤 Committee 멤버 vs. Committee 멤버 + POI vs. POI^

^다른 경우의 수도 있을 수 있겠죠?


사실 오피셜 인터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가끔 후기를 보다 보면 “내가 인터뷰를 주도했다!” 하는 사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자기소개를 하고 학생이 먼저 Can I ask you some questions? 하면서 인터뷰를 리딩 하는 거죠. 이런 경우는 대부분 POI와의 unofficial 인터뷰이기 때문에, 사실 공식적으로 인터뷰 오퍼가 들어온 경우에는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인터뷰어들이 질문지를 준비해오니까요. 저의 경우, 두 학교에서 official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한 학교에서는 제가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 POI가 1:1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개인적으로 컨택했던 POI 한 명과 처음 들어보는 교수가 인터뷰에 참석했습니다. (참고로 전자가 잘 된 인터뷰, 후자가 망한 인터뷰입니다.) 누가 인터뷰에 들어오는가와 관련해서는, 인터뷰 요청이 메일로 왔을 때 미리 물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각각 컨택했던 POI가 인터뷰 오퍼와 더불어서 가능한 날짜를 물었습니다. 이에 회신하면서 가볍게

If possible, can you let me know who would attend the interview?


이렇게 물었습니다. 다행히도 일정 픽스 메일과 함께 “내가 혼자 인터뷰할 거야.”라고 답이 도착했습니다. 아, 망한 인터뷰의 학교는 오퍼 메일에서 “나와 Dr. S가 인터뷰에 들어갈 거야.”라고 미리 알려줬네요. 매친(매우 친절함).


듣자 하니, 공대나 경제학은 Committee 단위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지원자의 배경이나 관심사를 전혀 모르는 교수가 면접에 들어오기도 하구요. 아예 분야가 다른 교수가 들어오는 건 복불복인 것 같은데, 완전히 general한 질문만 하거나, 반대로 자기 서류에서 보이는 걸 아무거나 골라서 질문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이) specific한 질문이랄까요. 반면에, 제 전공은 이미 POI가 면접에 들어오기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사실 그래서 더 긴장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너무 심도 있는 내용을 질문하면 어떡하지?’ 생각했거든요.


결국, 정답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상할 수가 없으니까요. 저도 어떤 질문을 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파국적인) 상상 때문에 며칠 밤을 못 잤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가 찾은 답은 이렇습니다.


둘째, 최대한 많은 예상 질문을 끌어모은다. 그러나 정보의 늪에 빠지지는 말아요.


자명하게도, 인터뷰 오퍼를 받은 뒤에 모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질문 모으기일 것입니다. 해커스나 블로그, 티스토리 - 어쩌면 브런치까지 - 너무나 많은 분들이 친절하게 자신의 후기를 공유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1-2월 인터뷰 시즌에는 각종 썰이 해커스 같은 곳에 올라오고 또 많이 올라와있으니, 참조해도 좋구요. 인문사회 계열 중심으로 제가 준비한 general한 예상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Please briefly introduce yourself.

Why this university and this program?

Your professional goal after graduation?

Let us know your research interest.

How do you contribute to our school and community?

What makes you the right candidate?

Your strength & weakness

Have you conducted any collaborative/research works? If so, what was the major struggle, and how did you solve it?

What do you value the most?

Any expected struggles during doctoral studies? Possible ways to overcome?


별로 많지 않아 보이지만, 영어 인터뷰 경험이 전무한 저는 하나하나 flow를 생각하고, 문장으로 옮기고, 표현을 어려운 걸로 썼다 다시 쉬운 걸로 수정했다가 외우는 작업을 거쳐야 해서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한편, 제가 가장 실수했던 부분인데요,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예상 질문이 있고 후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하나하나 꼼꼼히 보다 보면 안 좋은 상상에 빠지기 딱 좋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자기 불신이 높아지기 쉬운 때라 무난하게 끝났다는 후기를 보면서 ‘이 분은 영어를 되게 잘하나 보다. 하.. 나는 어떡하지.’ 하는 좌절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예상 질문을 모으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정보의 늪에 빠지지 않으시는 것을 매우 권장합니다. 어느 정도 사례가 모이고 나면 그다음엔 후기로부터 좀 멀어져도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인터뷰이고, 완벽한 준비는 불가능합니다.


해외에 살다온 제 친구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급 표현을 잔뜩 넣은 예상 답안지 하나를 보여줬더니) “근데 내가 교수라면 좀 아쉬울 것 같아. 누나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데 지금 답변에서는 그게 잘 안보이거든. 그냥 더 편하게 수다 떨러 간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은데?”


수다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이 메시지를 받고 답지를 대폭 수정했습니다. 쉬운 저의 말로요. 프로페셔널하지 않지만, 어차피 1) 나는 외국인이고 2) 네이티브가 아니며 3) 그걸 그들이 알고 있고 4) 영어 말하기 테스트를 보러 온 게 아니라는 걸 수십 번 상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저는 매쫄해서(매우 쫄아서) 한 인터뷰를 망쳤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성공하시길!


Specific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간 해온/하고 있는 연구를 설명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논문 또는 프로젝트 별로 간단하게 정리해두었습니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제가 설명하기 쉬운 방향으로 준비했습니다.


Focus/Topic

Method/Frameworks

Findings

Implications/Contribution


너무 길어지면 저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상대방도 이해를 못 할 것이기 때문에, 연구 질문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뭘 발견했는지, 그래서 어떤 기여를 했고 그래서 박사 과정에서는 뭘 하고 싶다는 핵심 내용으로만 흐름을 구성했습니다. (심지어 연구 방법론도 생략) 실제로 연구 경험에 대해서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 뜬금없이 CV에서 하나 골라서 질문하기보다는 - 맨 처음에 제가 인터뷰 중에 hook^으로 넣어둔 연구를 물어봤습니다.

^더 소소하게, 자기소개 준비할 때는 (인터뷰를 주도하겠다는 마음으로) 꼭 꼬리 질문을 이끌고 싶은 내용이나 연구, 즉 hook을 넣으세요. 인터뷰어가 내 미끼를 물면 좋고 안 물면 그만이니까요.


각 연구를 한 장씩 간략 정리한 PPT도 준비했습니다만,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너의 연구 일대기를 읊어봐.”라고 묻지 않는 이상 꺼낼 일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30분이 정말 길지만, 또 정말 짧거든요. 전반적으로 제가 예상한 질문에서 나왔고, 예상 못한 질문이라면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The most influential scholar or researcher

Work experience unrelated to graduate work (or outside the university)

Why do you have an interest in this research method?


위의 질문들은 망친 인터뷰에서만 나왔는데, 그래서일까요. 하지만 분명 이런 질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순발력 있게 답을 잘 한 질문들도 있었거든요. 그럼 망친 이유는 다음 글에서 얘기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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