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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프레쉬 Sep 10. 2020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을 사랑한,
리더를 길러낸 리더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를 읽고

한동안 온라인 서점 메인 배너에서 이 책이 자주 노출됐다.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등 실리콘밸리 스타급 CEO들의 코치였던 '빌 캠벨'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저자도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구글의 CEO를, 이후 2017년까지 지주회사 알파벳의 대표를 맡았던 에릭 슈미트였다. 무언가 화려한 인물이 총 동원된 책으로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주변 지인들이 기존 리더십 책과는 다른 '타인계발서'라고 추천을 해왔다. 애덤 그랜트의 서문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직문화 스터디에서 접한 구글이 효과적인 팀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진행했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의 결론이, 바로 빌 캠벨의 '매뉴얼' 같다고 한 문장이다. 


다른 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해주는 대신 자신은 그늘에 있는 걸 선호했고, 보수를 받는 대신 자신과 함께 일한 사람들이나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준 사람 중에서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 사람이 몇 명 인지를 자신만의 성공의 기준으로 삼았던 빌 캠벨이 무척 궁금했다. 빌 캠벨의 목소리가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빌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 훌륭한 리더 80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쓰여졌다고 하는 이 책이 무척 궁금해 졌다. 


사업이 될만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이 아닌, 내가 진짜 해결하고 싶고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내 일(business)의 주제로 정하면서 리더십이나 조직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이유 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각 장 마지막에 요약 문장이 있어 자기계발서의 편집을 닮았지만, 대체로 그 서머리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순서대로 읽기 보다 그 요약 내용을 먼저 보고(파란색 표 안에 글), 관심 가는 주제 순으로 읽어보는 방법도 괜찮아 보인다.



빌은 원래 풋볼 선수 출신의 코치였다. 그가 비지니스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건 39세가 되어서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정리하고 싶은 키워드는 #팀_퍼스트 #사람이_먼저 #신뢰 이다.


# Team First (팀이 먼저다)

팀 스포츠 코치 출신 이어서인지, 빌은 유독 공동체(community)로서의 팀을 강조 했다(Team First). 빌은, 문제가 있을 때 문제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 팀에서 그 문제를 누가 어떻게, 누구와 함께 해결하고 있는지를 먼저 물었다.


적합한 팀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건 올바른 선수를 선발하는 일이다. 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 가지 특성은 '통합적 사고'를 하고(다른 분야를 빠르게 습득하고 공통점을 연결하는 능력), '근면'하며 '진실'되고, '그릿grit'(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열정과 근기)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배울 의지가 충만한,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으로 훌륭한 협력을 통해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 덧붙인다.(p.155~157)


동료와의 가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소규모 팀을 만들어 더 현명한 의사 결정과 결속력 있는 팀이 되도록 조언 했으며, 한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동료 피드백 조사 매뉴얼을 만든 점도 매우 흥미로웠다. (p.166~167)


내가 가장 관심있게 읽은 내용 중 하나는 빌이 최고의 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팀에 더 많은 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욕도 잘하고 더러운 농담도 즐겼던, 전직 스포츠 코치이자 '상남자'행동을 했던 코치 빌은 조직이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 여성들이 '테이블 앞에' 앉기를 원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효과적인 팀은 팀원들 서로가 복잡한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해야 하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사람의 감정 상태를 더 잘 읽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임원급 포지션에 여성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또, 빌은 자신이 코칭한 여성들에게 인사나 홍보 업무와 같은 '전형적인' 여성 분야에서 벗어나 회사에서 더 큰 역할을 맡고, 손익을 책임지는 자리에 욕심을 내라고 요구했으며(그의 코칭을 받기도 한, Facebook COO 셰릴 샌드버그의 <Lean In>책이 떠오름) 성공한 여성 임직원들을 서로 연결 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빌 캠벨에 대한 칭찬 일색인 이 책(비록, 하기오그래피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했지만-p.41)에 대해 약간의 비판적인 감각이 날카로워지는 내용이긴 했지만, "그는 여성 CEO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질문에 답변했다."고 한 부분에선 인정의 박수가 절로 나왔다. (p.172)



# It's the people (사람이 먼저다)

2009년, 좋은 리더의 조건(생산성이 높은 팀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한 구글의 산소프로젝트(Project Oxygen)에서 밝혀진 매니저가 갖춰야 할 첫번째 조건은 '좋은 코치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글의 '여행 보고서'나, 마리사 메이어가 야후 CEO일 때 만든 새로운 문화인 '서로 감사하기-가족기도' 등, 비즈니스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대화로 임원회의를 시작하는 사례도 매우 흥미로웠다. 매주 월요일 주간 회의 시간을 업무 이야기 보다 주말 동안 지낸 이야기나 기도제목 등을 나누며 서로의 근황과 삶의 맥락을 충분히 공유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우리 조직(진저티프로젝트)의 모습이 떠올랐다. 예전 대기업 근무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는, '회의가 제일 싫었어요!' 였는데, 요즘은 월요일 오전(보통 맛짐 탐방을 겸한 점심시간까지 이어지는) 주간회의가 기대되어 월요병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 '공유된 지식(knowledge commonality)'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며 충분히 시간을 들일 만하다연구 결과(2002년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교 진행)를 몸소 체험한 유 경험자로서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하는 마음이다.(p.68)


빌은 항상 '스몰 토크small talk'로 시작했고 가끔 업무 이야기보다도 인생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다는 느낌마저 주곤 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의 삶에 진정으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로 2010년 수행된 한 연구에 의하면 이런 종류의 '실체가 있는 substantive' 대화는 아무런 의미 없이 하는 진정한 스몰 토크보다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한다.(p.73)


사내 정치를 혐오했던 빌은 합의consensus보다 최고의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고, 모든 의견과 생각을 서로 공개하고 함께 토론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의사결정만큼이나 피해가 크기에, 회사 또는 제품의 토대가 되는 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 있는 제1의 원칙을 바탕으로 우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 신뢰

그에게 세계란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보고 신뢰하면서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였죠.

신뢰는 빌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로, 그의 슈퍼파워 였다고 한다.

신뢰는 충성심이며, 진실성이고, 신중함을 의미한다. 빌은 사람을 만날 때 그의 이력서나 보유 기술보다는 사람 자체를 먼저 봤다고 한다. 구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의 성과 좋은 팀의 첫번째 비결이 '심리적 안전감'인데 이 심리적 안전감은 바로 신뢰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또한 빌은 UCLA 농구팀의 유명 감독 존 우든의 충고를 따라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을 충실하게 따랐다고 한다. 직극적 경청은 준비된 질문(과 답)을 뛰어넘어 문제의 본질을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도 '경청'과 '질문'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경험이 있다. 과거에는 주어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일정 내에 잘 끝내기 위해 늘 심판자의 질문(누가 뭘 잘못했는지?)을 하는데 익숙했다. 그런데 학습자의 질문(지금의 상황에서 필요한 일이 무엇이고 어떤 일이 가능할까?)이 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동료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자극제 역할을 하는 더욱 효과적인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

<삶을 변화시키는 질문의 기술> 책에서...


또한,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즉각적인 피드백의 중요성에도 공감이 갔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의 피드백은 너무 적고, 느무 늦다고 지적하면서!) 비판적인 피드백은 항상 따로 불러 둘만 있는 자리에서 하고, 그 사람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고 지지받는다는 확신이 있어 보일 때만 애정을 담아서 피드백을 준다는 팁도 좋았다. 학자들은, 주의 깊게 경청하고 솔직한 패드백을 주고 진실함을 요구하는 빌의 방식을 "관계적 투명성 relational transparency"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진정성 리더십'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애덤 그랜트는 빌 같은 사람을 '까칠한 기버 disagreeable givers'라고 부른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리더십과 육아 모두 '엄한 사랑'이라는 정리에 밑줄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스스로를 믿는 것보다 더 믿고 그들이 더 용감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용기의 전도사'가 되라는 빌의 주문은 <리더의 용기>에서 브레네 브라운이 말한 리더의 덕목과도 일치했다.




오랜만에 실용서이자 자기계발서이지만, 인문학 책 같기도 한 좋은 책을 읽은 느낌이다. 리더십이나 조직심리 최신 이론이 아닌, 신뢰와 사람과 팀을 키워드로 남겨준 이 책이 감사하다. Chapter5 '사랑의 힘' 내용 중,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빌의 열정이 나온다.(p.219)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공동선을 통해 형성된다고 동의한다.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 보겠다는 거창한 목적이 내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하게 이어질 연결고리를 만들어보고 싶다. 결혼, 출산, 육아의 인생 여정을 지나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도록, 더 오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일을 이어가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빌에게 커뮤니티가 무한동력기였던 것처럼, 나도 '진정한 정서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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