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고양이 킬러

죽음은 언제나 정시에 도착한다.

by 뤼도빅

1. 검은 그림자

그는 고양이였다.

그러나 고양이라고 부르기엔 무언가 어긋나 있었다.


검은 털은 새벽보다 더 어두웠고, 황금빛 눈은 어둠을 꿰뚫었다.

그리고 그의 왼쪽 앞다리엔, 악어가죽 줄에 은은한 실버 케이스를 가진 태그호이어 까레라 시계가 감겨 있었다.

부드럽게 각인된 로고, 고요히 흐르는 초침, 자동으로 감기는 기계식 오토매틱 무브먼트.


파워리저브는 언제나 넉넉했다.

그는 언제나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2. 살생부

어느 밤, 비가 내리기 직전의 공기 냄새가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낡은 철제 사물함 위에 하얀 종이 한 장이 올려져 있었다.

그 위엔 손글씨로 쓴 이름, "정세진", 그리고 한 장의 흑백 사진.

옆에는 조심스럽게 놓인 닭 간 한 조각.


묘야는 조용히 다가가 종이를 들었다.

그의 발톱이 종이에 닿자, 잉크가 번지며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계약 성립.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다.”


뒤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존재는 사유, 눈이 없는 샴 고양이였다.


“대장님, 이번엔 어떤 인간입니까?”


“아버지를 때린 자지.”

묘야는 짧게 말했다. “의뢰인은 아이였어. 이름도 못 썼지. 손가락으로 사진만 가리켰다.”


“그건... 먹을만한 분노군요.”


묘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계를 확인했다.

23시 41분.

그는 시간에 예민했다. 그것은 예의이자, 규율이었다.


3. 은빛 시계

그가 손목에 찬 태그호이어 시계는 원래 그의 것이 아니었다.

7년 전, 부유한 사업가가 죽던 날,

묘야는 그의 심장을 멈추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왜 시계를 놓지 않는가?”


그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시간을 가진 자가... 세계를 가진다…”


그 말을 들은 묘야는 아무 말 없이 그 시계를 벗겨갔다.

검은 발에 착 감기는 악어가죽 줄, 가볍게 흔들리며 회전하는 무브먼트의 소리.

묘야는 알았다. 인간이 왜 이토록 시간에 집착하는지를.


그날 이후, 그는 매일 시계를 확인했다.

죽음은 정시에 와야 했고, 복수는 정확해야 했다.


4. 실행

정세진은 고급 빌라 꼭대기 층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묘야는 조용히 창틀 위에 나타났다.


그의 그림자는 바닥에 떨어졌지만, 소리는 없었다.

어디선가 시계의 초침 소리만 또각또각 들려왔다.


23시 59분 30초.


묘야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소리는 인간의 귀에 닿지 않았다. 오직 영혼만이 그 울림을 듣는다.


“정세진. 넌 어린아이의 울음을 들은 적이 있는가?

나는 들었지. 그리고 이제, 그 아이는 다시 잠들 수 있을 것이다.”


발톱이 그의 발을 스쳤다.

자줏빛 독이 얇은 피막처럼 퍼졌고, 남자는 눈을 뜨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


그의 얼굴엔 놀라움도, 고통도 없었다.

그저, 시간이 멈췄을 뿐.


5. 고양이와 시간

묘야는 빌라를 나서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00시 00분 00초.

딱 맞춰 끝냈다.

그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킬러에게 시간 감각은 예의였다.


그 순간, 희미한 달빛이 시계 유리를 스쳤다.

실버 케이스가 반짝였고, 그 속의 작은 회전추는 멈추지 않고 흔들렸다.


그는 천천히 길 위에 앉아, 꼬리를 돌돌 말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들의 얼굴은 참 다양하지.

하지만 시계는 언제나 똑같은 표정이야.

나만큼 죽음을 많이 본 물건은, 이 시계뿐이겠지.”


그는 다시 어둠으로 걸어갔다.

누군가의 분노가 다시 그를 부를 때까지, 그는 시계를 감고, 발톱을 갈며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죽음은 정시에 도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