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아침저녁 하루에 두 번 청소를 한다.
매일 청소를 하는데도
청소를 할 때마다 먼지가 많다.
처음엔 "왜 이렇게 먼지가 많지?"
하고 짜증 아닌 짜증이 났었는데
오늘 청소를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먼지가 쌓이는구나
내 몸과 마음도 매일 관리해주지 않으면
안 좋은 게 쌓이겠구나
그리고 개인적인 시련도 함께 찾아왔다. 일과 성장밖에 몰랐다. 번아웃이 왔을 때 일과 성장에서 얻었던 행복감은 잠시 사라졌고, 일과 성장만 바라본 덕분에? 안타깝게도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개인적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는데, 뭔가 이번에 극복해내지 못하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기가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과 성장밖에 몰랐던 나 자신을 조금 챙겨보기로 마음먹었다.
평소에 챙기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 너무 많다. 그중에서도 시간이 적게 들고 꾸준히 해볼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난 게 청소였다. 평수가 적으니깐 바닥 쓰는 데는 2-3분, 그리고 평소에 정리 정돈을 잘 안 했기 때문에 뭔가 정리되는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출근 전에 한 번, 퇴근 후에 한 번 하루에 두 번 청소를 해보기로 했다.
굳이 하루에 두 번씩이나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극복해보고자 하는 의지와 발악 같은 게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며칠 청소를 해나갔다. 깔끔해져서 좋았고, 단 시간에 작지만 소소한 성취감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어느 하루 퇴근 직후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기 시작했는데, 분명 오늘 아침에도 바닥을 쓸었는데, 아침에 바닥을 쓸고 바로 출근을 해서 집에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근데 왜 이렇게 먼지가 많이 쌓여 있는 거지? 도대체 왜??
그런 생각으로 청소를 이어 나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먼지가 쌓이는구나
내 몸과 마음도 매일 관리해주지 않으면
안 좋은 게 쌓이겠구나
나를 챙기고자 마음먹었던 시기라 청소를 하면서 저런 생각을 하게 됐나 보다.
번아웃이 오고 청소를 시작한 건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잘 한 일인 것 같다. 하루에 2~3분 청소를 하는 것처럼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를 바라봐주고 챙겨주는 시간을 가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10개월이 지난 지금은 자기 전에 하루를 되짚어 보고 간단히 기록해보는 것, 가끔은 그날의 감사한 일을 적어 보는 것, 가끔은 보이차를 마시는 것 등으로 나를 챙겨주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하루에 두 번씩은 못하지만, 그리고 청소를 못하고 지나가는 날도 있지만, 10개월 전의 마음을 항상 떠올리며 꾸준히 청소를 해가고 있다. 청소를 시작하길 잘했다. 덕분에 나를 좀 더 챙겨주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마음 챙기기 위해 기록하고
몸 챙기기 위해 기록하는
찌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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