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국적을 주는데, 3년 체류가 전부라니

한–베 가족을 대하는 한국과 베트남의 온도차

by 한정호

KNG Mall에서 은행을 오가다 보면 외국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서류의 삶”인지 실감한다. 특히 결혼을 하면 가족이 되는 줄 알았는데, 현실에선 가족이 되기 전에 ‘체류 자격’부터 증명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한–베 가족을 경험한 사람들은 말한다. 한국은 시간이 지나면 국적까지 길을 열어준다. 그런데 베트남은 배우자에게 '3년짜리 카드'가 고작이라고. 이 차이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국가가 국제결혼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 드러내는 지표다.


2024년 기준 한국에서 통계청이 집계한 국제결혼(다문화 결혼) 건수는 약 20,700건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베트남 출신 배우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룹으로, 외국인 배우자 중 약 30% 이상이 베트남 여성으로 나타났다.

한국 내 등록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약 5%를 넘는 약 265만 명이며, 이 중 베트남 국적자는 약 30만~31만 명으로 중국 다음으로 큰 외국인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결혼이민자로 등록된 외국인(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하여 체류 중인 경우)은 약 18만 명 수준이다.

반대로 베트남에는 한국인 거주자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과거 외교부 자료 기준으로는 약 13만~29만 명의 한국인(영주·근로·거주 목적 포함)이 베트남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결혼으로 거주 중인 한국인 배우자도 일부 포함될 수 있다.

이처럼 한–베 가족(한국인과 베트남인 배우자의 가족)은 한국 내 결혼이민자·혼인 건수, 등록 외국인 인구 통계에서도 매우 뚜렷한 비중을 보인다. 그러나 제도상 체류권의 보장 수준이나 정착 경로는 국가별로 크게 다르다. 이 차이는 단순한 개인 선택 이상의 사회적·법적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1) 한국 : '정착'을 전제로 한 경로가 있다

한국에서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외국인은 보통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을 기반으로 산다. F-6는 한 번 받을 때 최장 3년까지 체류기간이 부여될 수 있고, 연장도 가능하다. 중요한 건 “다음 단계”가 제도 안에 있다는 점이다.

결혼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영주(F-5)나 귀화(국적 취득)로 가는 길이 제도적으로 열려 있다. 결혼이민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적 신청이 가능하다는 안내도 공공 법률 안내 문서에 명시돼 있다.

한국 시스템은 방향성이 이렇다. 초기에는 결혼이민(F-6)로 체류 안정 확보, 이후에는 영주(F-5) 또는 귀화(국적)로 '정착' 단계 이동 가능. 물론 그 과정에서 소득, 혼인관계의 실질, 한국어·사회통합 등 심사가 붙고, 사기결혼 방지 장치도 강하다. 그래도 큰 그림은 ‘가족이 된 사람을 장기적으로 정착시키는 경로’가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2) 베트남 : “체류 관리”가 먼저고, 정착은 멀다

베트남에서 베트남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는 보통 가족초청 성격의 TT 체류(Temporary Residence Card, TRC)로 거주권을 확보한다. 실무 안내 자료들에서 TT TRC의 최대 유효기간은 3년으로 정리돼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체감하는 핵심은 이렇다.

'결혼했는데도 3년 단위로 갱신해야 한다'

'가족인데도 장기 체류 안정감이 약하다'

그리고 또 하나, 체류권과 노동권이 분리돼 있어서 가족 체류만으로 모든 활동이 자동으로 풀리는 구조는 아니다(케이스마다 다름). 이런 점이 '가족인데 왜 이렇게 불안정하냐?'는 감정으로 이어진다. 국적(귀화)도 문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국적 취득은 거주 기간(통상 5년 이상), 베트남어 능력, 생계 능력 같은 조건을 요구한다고 공공기관, 전문 매체에서 설명한다.

요약하면 베트남 시스템의 방향성은 이렇다. 결혼해도 체류는 ‘단기 갱신형’으로 관리. 국적 취득은 원칙적으로 장기 거주, 언어, 생계 요건을 요구. 결과적으로 '정착'보다 '관리'의 색이 강한 것이다.


3) 호혜평등 문제로 느껴지는 지점

한–베 가족 입장에선 체감이 단순하다.

한국 : '시간이 지나면 영주, 국적까지 길이 있다'

베트남 : '가족이 되어도 3년짜리 체류카드 갱신이 반복된다'


여기서 “호혜평등” 감정이 생긴다. 국가 간 관계에서 호혜는 무역·투자만이 아니라, 사람의 이동과 가족의 안정에서도 체감된다. 특히 한–베 관계는 인적 교류가 압도적으로 크다. 그러니 제도 격차가 커 보일수록 '우리만 열어주는 것 아닌가' 같은 불만이 생기기 쉽다.

다만 국가의 시각도 이해할 부분은 있다. 베트남은 이민 국가가 아니고, 인구, 국적, 토지, 노동시장 등에 관한 '관리' 관점이 강하다. 한국은 결혼이민이 사회구조 안으로 크게 들어오면서 다문화 정책이 제도화됐고, 장기정착 경로를 만드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같은 결혼이라도 출발점이 다르다.


4) 개선 방향 : '국적'보다 먼저 손봐야 할 것들

여기서 현실적인 개선 방향은 '당장 베트남도 국적 쉽게 줘라'가 아니라, 가족의 삶을 안정시키는 단계적 처방이다.

가. 베트남 : 가족 체류의 안정성을 먼저 키우는 방식

- TT TRC의 상한(3년)을 완화하거나, 갱신 부담을 낮추는 방식, 즉 예를 들어 장기 혼인 유지(예: 5년 이상), 자녀 양육, 안정적 소득·거주 등 요건 충족 시 5년급 장기 TRC로 전환케 하는 것.

- 가족 체류와 노동/생활 권리의 연결성 개선 : '가족이면 기본 생활 기반을 만들 수 있게' 제도 해석과 운영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불법취업 방지는 별도 장치로 진행할 수 있다).

- 행정의 예측 가능성 : 같은 케이스는 같은 결과가 나오게 기준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체감 만족도를 크게 올린다.


나. 한국 : '주되, 더 공정하게' 정착 경로의 그늘을 줄이는 방식

- 한국은 경로가 있는 대신, 실제 현장에선 서류 부담, 입증 부담이 크고, 지역/사례별 체감 편차도 나온다.

- 소득·주거 입증의 현실화

- 가정폭력/이혼/사별 등 취약 상황에서 체류권 보호의 일관성 강화

- 다문화 가족 지원이 ‘행정 안내’에만 머물지 않게 생활 밀착형으로 확장


다. 양국 공동 '한–베 가족 협정' 같은 틀의 구축

진짜 호혜평등을 말하려면, 양국이 실무협의체를 만들어서 아래 같은 최소 기준을 맞추는 방식이 가능하다.

장기 혼인 유지·자녀 양육 가정에 대한 체류 안정 최소선을 마련한다거나, 서류, 번역, 공증 부담을 줄이는 표준화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불법 브로커, 사기결혼 방지를 위한 공동 단속과 더불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공동으로 검토, 개발한다. 그리고 분쟁(이혼, 양육, 양육비, 국적)에서 가족이 방치되지 않게 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가족의 안정은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

한–베 가족을 바라보는 제도의 차이는 결국 국가가 외국인을 얼마나 ‘미래의 구성원’으로 보느냐의 문제다. 한국은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길을 만들어 왔고, 베트남은 아직 관리의 틀 안에 가둬두는 느낌이 강하다. 호혜평등은 거창한 외교 문장에만 있지 않다. 가족이 '3년짜리 체류카드' 앞에서 불안해하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게 체감되는 '호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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