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나쁜 게 아니라, 들어오는 방식이 틀렸다
베트남은 늘 '기회의 시장'으로 불린다. 인구는 이미 1억 명을 넘었고, 평균 연령은 젊다. 소비는 늘고 있고, 거리는 활기차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국 기업은 유난히 베트남에서 실패 사례가 많다. 왜일까?
'베트남이 어려워서일까?'
아니다. 오히려 너무 빨리 판단했기 때문이다.
1. 한국의 ‘완성된 성공 모델’을 그대로 가져온다
한국 기업의 첫 번째 실수는 단순하다.
'한국에서 됐으니, 여기서도 될 거다.'
문제는 베트남 소비시장이 아직 ‘완성형 시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베트남은 소비 규칙이 아직 고정되지 않았고, 브랜드 충성도는 낮고 가격, 경험, 편의성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는 시장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은 이미 정답이 있는 운영 모델을 들고 들어온다. 가격 구조도, 상품 구성도, 매장 운영 방식도 현지에서 배우기보다, 현지를 한국에 맞추려 한다. 베트남 시장은 복사 대상이 아니라, 관찰과 수정의 대상이다.
2. ‘싸게 팔면 된다’는 착각
한국 기업이 베트남을 볼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여긴 소득이 낮으니까, 가격을 낮춰야 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베트남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지만, 가성비에는 훨씬 더 민감하다.
싸기만 하면 안 된다. 왜 이 가격인지 설명이 되어야 한다. '경험은 어떤가?' '편의성은 있는가?' '체면과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가?' 가격을 낮추는 순간, 브랜드도 함께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은 싼 시장이 아니라, 계산이 빠른 시장이다.
3. 속도를 무시한 ‘한국식 의사결정’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이거다.
“본사 보고하고 결정하자.”
베트남은 트렌드 수명이 짧고, 소비 이동이 빠르고, 실패에 대한 관용은 있지만, 느림에는 관용이 없다. 그런데 한국 기업은 '본사 승인 → 예산 재편성 → 내부 합의' 이 모든 과정을 거친다. 그 사이 시장은 이미 바뀐다.
베트남에서는 완벽한 결정 하나보다, 빠른 수정 열 번이 낫다.
4. ‘사람 관리’를 시스템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한국 기업은 시스템을 믿는다. 매뉴얼, 규정, 평가표...
하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사람 중심 사회'다. 관계, 체면, 감정 등을 무시하면 직원은 남아 있어도, 마음은 떠난다. 베트남에서 인사 관리는 통제가 아니라 관계 유지의 기술에 가깝다. 규칙을 만드는 것보다 왜 이 규칙이 필요한지를 설명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종이 위에만 남는다.
5. 베트남을 ‘하나의 시장’으로 본다
가장 치명적인 착각이다.
'베트남은 베트남이지.'
아니다. 하노이와 호치민은 전혀 다른 나라에 가깝고, 중부와 남부는 소비 기준이 다르며, 도시와 지방은 같은 브랜드를 전혀 다르게 본다.
그런데 한국 기업은 하나의 전략, 하나의 가격, 하나의 콘셉트로 간다. 결과는 늘 같다. 어디서는 잘 되고, 어디서는 완전히 실패한다.
베트남은 국가가 아니라, 여러 개의 시장이 겹쳐진 공간이다.
그래서, 베트남은 위험한 시장일까?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베트남은 아직 정답이 없고, 실패가 허용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시장이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들어오는 태도와 방식이다.
베트남 시장의 진짜 규칙은 이것이다.
무엇을 파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배우고 고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이 규칙을 이해한 기업은 크지 않아도 오래 간다. 이해하지 못한 기업은 크게 들어왔다가, 조용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