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랏에서 드러난 서로 다른 여행의 시선
- 다랏을 떠올리며, 다시 가고 싶은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인들이 매장에서 반주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분이 다랏에 다녀왔다고 했다.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하며 여행이 어땠는지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설 폭죽이랑 분위기는 좋았고, 날씨는 시원해서 좋았어요. 그런데… 딱히 관광지로서 특별한 느낌은 없었어요.” 그 말 이해가 갔다. 다랏은 하롱베이나 다낭처럼 압도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곳은 아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어쩌면 ‘볼 것 없는 도시 그냥 그런 도시’일 수도 있다.
나도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세 번 정도 다랏에 갔었다고. 당시 직업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유통시설과 시장이었다. 특히 다랏 야시장은,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경제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무엇이 팔리고,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표정으로 물건을 고르는지. 그런 장면들이 더 오래 남았다. 그리고 또 하나. 탁 트인 필드였다. 높은 지대의 공기는 묘하게 달랐다. 시원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탁 튀인 자연속에 아주 자그마해진 나. 그런데 거꾸로 그만큼 커진 듯한 마음. 몸속 어딘가까지 맑아지는 느낌. 그곳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옆의 한 분이 물었다.
“그런 것 때문에 다시 가고 싶어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어요.”
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고, 관광지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필드에 다시 서서 공기를 한 번 더 깊게 들이마셔 보고 싶었다. 그러자 그는 약간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굳이 그런 것 때문에요? 좀 비용이 아까운 것 같아요.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데를 가지”
그 말에 악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마음에 조금 걸렸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은 비슷할 것이다. 눈에 띄게 아름다운 풍경,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장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억. 그리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곳은 ‘볼 것 없는 곳’이 된다.
하지만 내게 다랏은 조금은 다른 이유로 남아 있는 도시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휴양지라는 역사, 시골 마을 같은 조용함 속에 남아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들, 그리고 그 위에 새롭게 덧입혀지고 있는 경제의 흔적들. 그 모든 것이 겹쳐 있는 공간. 벤탄 시장보다도 커 보이는 시장에서 의류들을 살펴보면서 소위 '짝퉁' 브랜드마저 없었던 것에 내심 많이 놀랐었다. 그룹 임원들이 해외 어느 도시에 출장을 가던 시간을 만들어 그 지역의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그 지역의 경제를 눈으로 확인한다는 말이 실감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도시는 항상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관광지보다 시장에서, 건물의 외벽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먼저 드러난다. 어쩌면 내가 다시 가고 싶은 이유는, 그 변화를 확인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여행은, 준비한 만큼 보이는 것에 가깝다. 같은 장소에 서 있어도, 누군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돌아오고, 누군가는 작은 변화 하나를 기억 속에 오래 남긴다.
돌이켜 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푸미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도시일 것이다. 볼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는 곳.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저녁마다 달라지는 하늘의 색, 계절이 바뀌며 미묘하게 변하는 공기의 냄새,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곁에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존재까지.
어쩌면 장소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곳을 바라보는 시간과 시선이 특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다랏에 다시 가게 된다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나는 또 하나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 여행은 충분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을.
돌이켜 보면, 이런 감각은 처음부터 내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30여 년 전, 처음 홀로 배낭을 메고 떠났던 여행. 대만과 태국에서의 시간은 내게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같은 거리를 걸어도, 무엇을 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장면들도 있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같은 장소에 서 있어도, 준비된 만큼만 세계는 자신을 드러낸다. 그것이 여행이었다.
그 이야기를, 이제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