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을 들고 온 학생들

구겨진 지폐와 한국 음식 사이에서

by 한정호

설이 지나고 나니 젊은 학생들의 방문이 잦다. 세뱃돈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간만에 한국 음식을 먹어 보겠다는 작은 설렘 때문이리라. 그런데 막상 메뉴판을 보면 표정이 조금 달라진다. 잠시 머뭇거리다 서로를 바라보고, 조용히 속삭인다. 그리고 대부분은 떡볶이와 짜장면을 주문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돌솥비빔밥이나 김치찌개 정도다. 2~3명이 와서 한두 가지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그런데 음식이 하나 둘 나와도 바로 먹지를 않는다. 젓가락 대신 휴대폰을 먼저 든다. 반찬을 정리하고, 그릇의 방향을 맞추고, 잠시 이야기를 멈춘다. 모두의 음식이 다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순간, 사진을 찍는다. 그들의 표정에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는 기쁨이 담겨 있다.

20260219_204141.jpg 젊은 연인들이 한식 외식을 즐기기전 사진을 찍고 있다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할 때면, 조심스럽게 지갑을 꺼낸다. 그 안에는 20만동, 10만동, 5만동짜리 지폐들이 몇 장 접혀 있다. 구겨진 흔적이 남아 있는 지폐들이다. 아마 설날 아침, 어른들에게 절을 하고 두 손으로 받았을 돈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나라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젊은 학생들의 손에 쥐어진 세뱃돈의 크기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메뉴판 앞에서 잠시 망설이던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씁쓸함이 스쳐 지나간다.

그럼에도 동시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들이 그 소중한 돈을 들고 이곳을 찾아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어서 이곳에 온 것이다. 반찬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말없이 다시 채워준다. 그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고개를 들고 짧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 한마디 한국말이 오래 남는다.


몸은 사람들에 부딪기고, 매출의 숫자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의 얼굴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어제와 오늘은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들이 한국을 궁금해하고, 한국 음식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이곳까지 그들을 데려온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먹고 간 것은 음식만이 아니라, 어떤 작은 동경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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