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외국인 계좌 규정의 변화
어제 베트남 은행 계좌 출금 문제에 대해 글을 올리자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지금은 관광비자로 베트남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나요?”
10년 전만 해도 이 질문은 사실 질문이 될 필요가 없었다. 그때는 외국인이 베트남에서 통장을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권과 현지 전화번호만 있으면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관광 비자로도 계좌를 만드는 일이 흔했다. 출장자, 장기 여행자, 투자자, 교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베트남에서 통장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예전처럼 쉽지는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 금융 시스템은 꽤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금세탁 방지 규정(AML) 강화가 있다. 이 변화는 베트남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금융 시스템 전반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흐름이다. 다만 베트남에서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변화의 속도가 더 빨랐다.
첫 번째는 국제 금융 규정이다. 베트남은 국제 금융 시스템에 편입되면서 FATF 등 국제 금융 기준을 점점 더 엄격하게 적용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고객 확인 절차(KYC)를 강화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온라인 금융 범죄의 증가다.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암호화폐 사기, 국제 송금 사기 등이 증가하면서 은행 계좌의 실제 사용자를 확인하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특히 오래 전에 만들어진 외국인 계좌 중 일부가 이런 범죄에 이용된 사례가 있었다.
세 번째는 외국인 계좌 관리 문제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이런 상황이 생긴다. 계좌는 있는데, 어디 사는 사람인지 모른다. 연락도 되지 않는다.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 은행들은 외국인 계좌에 대한 정보 확인과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현재 대부분의 베트남 은행은 외국인 계좌 개설 시 다음과 같은 정보를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여권, 베트남 비자 그리고 추가적으로 노동허가 (Work Permit), 거주증 (TRC), 베트남 회사 재직 증명서 같은 서류들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말하면 은행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이 사람이 베트남에서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가?' 그래서 관광 비자만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계좌 개설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관광비자로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은행들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첫째, 관광 비자는 체류 기간이 짧다.
둘째, 베트남 내 주소 확인이 어렵다.
셋째, 직업이나 활동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 지점에서는 관광 비자만으로 계좌 개설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같은 은행이라도 어떤 지점에서는 가능하고, 어떤 지점에서는 거절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베트남에서 계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베트남 회사 재직을 통한 계좌 개설 : 베트남 회사에 근무하는 경우, 급여 계좌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계좌 개설이 이루어진다. 이 경우 은행 입장에서도 고객 정보 확인이 쉽다.
2. 노동허가 또는 거주증을 통한 개설 : 베트남에서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보통 노동허가증(Work Permit), TRC (Temporary Residence Card, 임시 거주증)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좌 개설이 비교적 수월하다.
3. 외국계 은행 이용 : 신한은행, HSBC 같은 외국계 은행은 외국인 고객 경험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절차가 명확한 편이다. 다만 지점에 따라 요구 서류가 다를 수 있다.
4. 관광비자로 가능한 현실적인 방법
관광비자로 베트남 은행 계좌를 만드는 것은 예전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몇 가지 현실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지점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베트남 은행은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과 담당 직원의 판단에 따라 계좌 개설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한국계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개설이 조금은 용이할 수 있겠다. 은행 직원(한국인)에 은행계좌 개설 및 운영에 관해 용이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현지 연락처와 주소 확인이 필요하다. 베트남 전화번호와 체류 주소 등을 확인하면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셋째, 이미 거래가 있는 고객의 소개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관광비자의 경우 체류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은행들이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관광비자만으로 계좌를 만드는 경우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현실적인 질문이 생긴다.
베트남 은행 계좌가 있다면, ATM에서는 하루에 얼마까지 현금을 인출할 수 있을까? 한국처럼 큰 금액을 한 번에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제한이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베트남 주요 은행들의 ATM 인출 한도와 실제 현금 인출 방법을 정리해 보려 한다. 베트남에서 생활하거나 여행할 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당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