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는 왜 장사꾼의 신이 되었을까?

베트남 장사 문화에서 ‘관제묘’가 갖는 의미

by 한정호

호치민 5군, 쩌런 길을 걷다 보면,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 붉은 기둥, 한자 간판, 향 냄새. 그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사원이 하나 있다. 입구부터 묘하게 분위기가 다르다. 조용하다기보다, 단단하다.

그 안에는 한 인물이 서 있다. 붉은 얼굴, 긴 수염, 무거운 눈빛. 관우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왜 전쟁터를 누비던 장수가 이곳에서는 신으로 모셔져 있을까? 그것도 절이나 사찰이 아니라 사람들이 장사를 하는 동네 한복판에서. 더 흥미로운 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간절하다기보다, 결연했다.


관우는 신이 되기 전에 사람이었다. 삼국지 속 인물, 유비와의 의리를 지키고 끝까지 배신하지 않았던 장수.

그래서 그는 힘이 아니라 ‘의리’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화교 사회에서 관우는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다.

하나의 기준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약속을 지킬 것, 돈을 속이지 않을 것, 관계를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 이 기준이 무너지면 장사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 기준을 ‘신’으로 만들어 놓았다.


관제묘 안에서 사람들이 비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기도보다 더 자주 들리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거래가 잘 이어지게 해달라'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 '배신당하지 않게 해달라' 결국 모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베트남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한 가지를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 계약서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 사람이다. 누구와 거래하느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가 결과를 좌우한다. 그래서 이곳의 장사는 생각보다 감정과 신뢰에 크게 의존한다.

그런 환경에서 관우는 단순한 신이 아니다. 하나의 보호 장치다. '나는 이 기준을 지키겠다' '이 관계를 함부로 하지 않겠다' 그 약속을 신 앞에서 다시 확인하는 행위다. 그래서인지 관제묘의 분위기는 다른 사찰과 다르다. 옥황사처럼 삶 전체를 맡기는 느낌도 아니고, 천후궁처럼 안전을 비는 공간도 아니다. 이곳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장을 다루는 공간이다. 돈이 오가고, 약속이 오가고, 신뢰가 시험받는 세계. 그 한가운데에 관우가 서 있다.


그날 사원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사는 결국 사람을 믿는 일이다. 그리고 그 믿음이 무너질 때,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먼저 신뢰를 빈다. 그리고 그 신뢰의 얼굴이 바로 관우다.

'관우는 전쟁의 신이 아니다. 이곳에서 그는 사람을 지키는 신이다'


한편 베트남처럼 계약서가 복잡하고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작성되는 것을 한국에서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닐 때는 그 계약서의 중요성에 대해 수차례 교육도 받았다. '사람'과 '신뢰'를 믿는다는 나라에서 서류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다음에는 이 부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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