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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4. 2024

외국인은 봉이야!

눈앞에서 코 베기

 주말에 이발을 하러 아파트 앞 미장원을 찾았다. 사람들이 많아 아파트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1시 30분이 넘어서 다시 미장원을 찾았다. 전에 점심시간에 방문을 했는데 이발사가 점심을 먹고 있다가 내가 들어온 것을 보고 자리에 앉으라 해서 앉았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10여분을 점심을 먹으면서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닌가! 

 밖에서 보기엔 손님이 없어 들어갔는데 지난번 미용사가 매장 밖에서 아이에게 밥을 떠 먹이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자리에 앉으라 하기에 '이번엔 옆에 있는 여직원에게 맡기고 깎아 주려나?' 싶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아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래도 '자기 자식인가?" 싶으니 그냥 사랑스러워 보여 저번보다는 마음이 들 상했다. 


 앉아 있는 사이에 외국인이 한 명 들어왔다. 나처럼 머리를 깎으러 온 듯해 보였는데 그 사람은 손톱 손질을 하는 여자에게 머리 깎는데 얼마냐고 영어로 물어보았다. 영어를 하는 직원이 없었는지, 손님처럼 보이는 아가씨가 직원에게 얼마인지를 물어봐준다. 나는 직원이 어떻게 대답하나 귀가 쫑긋해졌다. '분명 외국인이라 생각하면, 특히 베트남어를 못한다는 것을 알면 가격을 더 부를 거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5만 동'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파트 앞이니 거짓말을 안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그 손님이 다시 말을 전한다. "아니요. 7만 동이래요."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방금 5만 동이라고 해 놓고 외국인이다 싶으니 다시 한번 가격을 올려 보는 것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 미용사는 아이의 밥을 다 먹였는지, 안으로 들어와 내 머리를 깎으려 준비를 했고, 그 외국인은 그 사람에게 다시 이발하는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다. "5만 동" 그렇게 흥정은 결론이 났지만 머리는 깎는 시간 내내 내 머리에는 온통 그 직원 아가씨의 괘심함이 가득 차 있었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 바로 앞인데. 그것도 머리를 깎기 전에 가격을 물어보는데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거짓을 얘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베트남 사람에 대해 질리게 만들었다.

 

 '외국인이 돈이 많은 사람들이고, 이 정도의 돈은 문제없을 거야. 안 되면 말고'라는 식의 사고는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정말 눈 뜨고 있는 바로 앞에서 코를 베어 가고도 남을 사람들이다. 아직 가난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신상태를 바꾸지 않으면 발전은 그리 탄탄하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여기서는 내가, 외국인이 조심하며 살아가야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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