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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8. 2024

베트남 사람들의 시간 개념

시간약속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약속일뿐

 6시까지 배달을 요청하는 주문이 들어왔다. 매니저와 직원들에게 zalo 메시지로 요리 및 배달 주문을 했다. 시원스럽게 답변이 돌아온다. “ok Mr. Han” 그 주문에 대해 잊고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데 고객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아직 출발하지 않았나요?” ‘으응? 이건 또 무슨 일이지?’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보니 6시 20분. 급히 고객에게 확인 후 연락드리겠다고 하고 매장에 확인을 해 보면 “출발했다”라고 간단히 답변이 오고 그만이다. 얼마나 전에 떠난 것인지 늦었으면 왜 늦었는지도 말이 없다. 고객님께 전화를 걸어 출발을 했다고는 하는데 어찌 되었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리니 “베트남에서 이 정도는 이해해야죠!”라며 시원스레 양해를 해 주신다. 

 그런데 또 15분이 지나서 이번엔 매니저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고객이 있는 회사로 가는 길에 검문이 있어 가지를 못하니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그 검문소까지 나와달라고 해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6시 35분이 지난 이 시점에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했다는 것도 아니고 아직도 못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와서 나더러 고객에게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와 달라고 부탁을 하라는 메시지였다. 속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내가 이 지역을 꿰뚫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자기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임시 행동인 것이다. 다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드리고, 회사 내 베트남 직원과 매니저가 직접 통화를 해서 방법을 찾아보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겨우 상품을 전달해 드렸다. 7시 30분이었다. 

 매니저와 주방장을 불렀다.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약속을 하면 어떡하냐고 하자, 주방장은 “난 6시 전에 요리를 해서 서빙 쪽으로 넘겼다”라며 책임 없음을 선언하고는 이제 자기는 나와 매니저와의 한판을 즐기며 지켜볼 요량이다. 매니저에게 왜 배달 시간을 못 맞추냐고 묻자, “검문 때문에 못 간 걸 어떡하냐?”며 자기도 잘못이 없다고 항변을 한다. 그럼 늦게 되는 경우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했는지 아니면 내게 보고를 해서 고객과 소통할 수 있게 했는지를 물었다. 역시나 대답은 하나였다. 난 상품을 받아서 그대로 배달을 했을 뿐이다. 시간에 대한 개념은 아예 빠져 있는 것이었다. 

 

 고객께서 ‘베트남에서 이 정도는 이해해야죠’라고 보내온 메시지가 이해가 간다. 눈앞에서 관리하고 지시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속으로만 곪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베트남 사람들에게 시간 개념을 인식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늦었다는 개념이 아예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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