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호 Jun 14. 2024

부정부패는 삶의 일부

베트남 "불타는 용광로" 캠페인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2001년 4월, 공산당 총서기장으로 선출된 농득만 (Nong Duc Manh)은 당과 국가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로 부패와 낭비 척결을 꼽았다. 


 23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은 더 많고 더 심각한 부정부패로 정계(政界)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공산당원 16만 8천여 명이 비리 혐의로 징계를 받았고 이중 7천390명에 대해 형사 처벌 등의 후속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이중에 고위급 당원은 170명에 이르며, 33명은 전·현직 당 중앙위원이었다.

 

 2011년 총서기장으로 추대된 응우웬 푸 쫑(Nguyen Phu Trong)은 부패방지와 경제발전에 역점을 두었다. 2016년과 2021년 재임에 성공한 후 "불타는 용광로"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권력의 최상층부에까지 강력한 사정 바람이 불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은 국가와 사회를 영도하는 유일한 세력이며, 국회는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 국가주석은 대내외적으로 대표하는 대통령, 정부는 법률 집행기관이자 국가 최고 행정기관이며, 이 4개의 축이 베트남 정치를 집단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즉 공산당 지도자인 서기장 (총 비서), 국회 지도자인 국회의장(국회주석), 국가수반인 국가주석, 행정부 수반인 총리가 4 기관의 대표들이며 집단지도체제의 수장들인 것이다.  


 그런데 2023년 권력 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Nguyen Xaun Phuc) 국가주석이 비리 혐의로 물러났으며, 그의 후임 보 반 트엉(Vo Van Thuong) 국가주석도 올해 3월 돌연 사임했다. 권력 서열 4위 브엉 딘 후에(Vuong Dinh Hue) 국회의장도 물러나면서 1년 동안에 정치권력의 4대 요직이 세 차례나 바뀐 셈이다.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의 숙청으로 최고지도부 절반이 공석이다. 정치국 위원 수도 13명으로 줄었다. 2022년 말 해임된 팜 빈 민 총리를 시작으로 1년 반 남짓한 기간에 정치국 위원 총 5명이 후임 없이 축출된 것이다.


 이 기세는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5월 19일에 서열 2위 국가주석에 ‘반부패 십자군’ 또럼(To Lam) 공안부 장관이 지명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유령 회사를 만들어 무려 304조 동(약 16조 5000억 원)을 횡령한 금융 사기범 쯔엉 미 란(Truong My Lan) 반틴팟홀딩스 회장이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22년 11월 한 베트남 국회의원이 '베트남에서 최근 10년간 부정부패로 인한 손실규모가 60 조동과 토지 400ha에 달하지만 그중 4조 7천억 동, 토지 219ha가 회수되었다'라고 밝힌 기사도 있었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경제의 뒷모습일 것이다. 

 

 외국의 ODA 자금으로 건설되고 있는 경전철도 외부 고속도로도 마무리를 하지 못하여 완공 및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하노이에서는 경전철이 준공되어 운행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경전철 역사에는 열차가 서 있고 철로도 모두 완성되어 있는데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노이 운행 대기 중인 경전철 전경- 현재는 운행 중

 호찌민 시 외곽으로 향하는 경전철 공사도 주요공사가 완료되었는데 비용을 지급하지 못해 마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몇 개월 이상 방치되어 흉물스러워 보이는 모습이 마치 지금의 베트남 부정부패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마음이 씁쓸하다. 이런 간접자본 시설들이 빨리 확충되어야 베트남 시민들이 더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경제도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텐데... 

호찌민시 외곽 경전철 공사 현장 전경 - 2024년 현재 미개통

 '경전철이 생기면 베트남 시민들이 오토바이를 버리고 버스와 경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까?'라는 의문은 차치하고 경제 발전의 여건이 되는 기초사업에는 부정부패가 덜 개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여 년이 넘게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고 숙청을 하는데도 변하지 않는 것은 베트남 사람들에겐 그들의 행동이 부정이라든지 부패된 것이라는 생각을 아예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이미 삶에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으니 베트남에서 외국인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일까 싶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용두사미(龍頭蛇尾)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