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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4. 2024

환절기 심신 챙기세요

화난 내 모습이 미워지는 날, 음기가 센 날!

 어제는 음기가 센 날인 듯하다. 

 요즘 이유 없이 피곤이 쉽게 오고 똑같은 시간을 자도 일어나는 몸의 태도가 불량하다. 또 전과 달리 배가 고프다. 내 말을 듣고 매니저가 요즘 환절기라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고들 한다. 한국에서도 환절기에 한 번씩 몸살을 앓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조심해야지.


 저녁 손님을 맞으러 매장에 나왔는데 벌써 두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계셨다.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가다가 기겁을 했다.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 테이블 위로 파리가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니저도 있고 직원도 있었는데 말이다. 화가 치밀었다. 영업 시작 전에 매장 안에 있는 파리들을 잡으라고 매일 수시로 얘기를 했는데도 '소귀에 경 읽기'인 것이다. 다시 파리 잡는 사장님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 저녁 근무를 하는 직원이 출근을 했다. 이 직원한테도 다시 한번 매장에 파리가 있으면 안 되는 보는 즉시 잡으라고 말을 하는데 내 말을 자르곤 문으로 나를 끌고 가더니 "파리들이 이 문으로 자꾸 들어와서 그런 것이다"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이 아이가 미쳤나?!' 싶었다. "그럼 네가 낳았다고, 데리고 들어와서 키운다고 잡으라는 거냐!" "그럼 매장 문을 꼭꼭 닫아 놓고 손님도 못 들어오게 하고 영업을 하자는 거냐!"라고 화를 냈다가 그냥 돌아섰다. 그 직원 얼굴도 보기 싫어서였다.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이해를 할까? 이 베트남 직원들을...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와 매장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가 삐져 내려와 있는 것이 보였다. 사용하지 않은 지가 몇 개월이 된 것을 보면 전기도 연결이 안 되어 있겠지 싶어 가위를 들고 나와 삐져나온 전선을 자르는데 '퍽'하는 소리와 함께 매장의 불이 꺼지는 것이다. 합선이 되어 버린 것이다. 손님들이 안에 계신데.... 순간 정전에 익숙해 있는 분들이라 그리 놀라 하시지는 않은 듯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 배전반을 다시 올리니 바로 전기가 들어와 주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정도 분위기면 더 일을 하면 안 된다. 문제만 생길 수 있는 날이니...

 매니저가 새로 출격해 온 메뉴판이 보였다. 매장 유리에 너무 많은 POP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사이즈를 줄여 새로 만든 것이다. 매니저가 내가 오기 전 구형 POP를 모두 떼어 놓은 상태여서 메뉴가 하나도 보이지 않은 상태라 유리에 POP를 붙이기로 마음먹고 직원들과 한 장, 한 장 붙이기를 시작했다. 여러 장을 붙여야 하는 것이라 처음 조금만 각도가 틀어지면 삐뚤어진다. 한 직원에게 밖으로 나가 수평이 맞는 지를 확인해 보라 했다. 손가락을 동그랗게 모으면서 OK 사인을 보냈다. 임시로 작은 스티커를 붙여 전체적으로 양호한 지를 살피고 있는데 안쪽에서 약주를 하시던 고객분이 "그 테이프로 붙이면 금방 떨어질 걸요"라고 하신다. "네 임시로 우선 확인을 하고 보강하려고요..."라고 대답을 드렸다. 그런데 앞에 앉아 계시던 분이 또 지적을 하신다. "저기 비뚫어. 수평이 안 맞아!"라고 하시면서 "낮에 안 하고 뭐 했어?" 라며 나무라시는 거였다. 그 손님들이 나가시면서 POP를 붙이고 있는 유리 쪽으로 오시더니 "틀렸어! 틀렸어! 비뚤어"라고 하시는 것이다. 

 화가 치밀었다. 직원에게 일부러 밖으로 나가 수평이 맞는 지를 확인하라 했건만 건성으로 보고 OK를 한 것이리라. 아니면 건물 유리와 도로 바닥이 울퉁불퉁하여 착시현상이 있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난 화가 났다. 왜 오늘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야! 

 애꿎은 POP만 나에 의해 발기발기 찢어졌다. 어차피 테이프를 많이 붙였던 터라 모두 뜯어내서 새로 붙여도 지저분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챙겨주려고, 살펴보고 조언을 해 주신 분들도 놀라고 화가 나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잘못된 걸 알려주는데 뭔 태도가 저래!'


 숙소로 돌아와 컵라면에 소주를 했다. 환절기에, 음기가 센 날에 마음마저 찹찹해진 기분이다. 심신이 불안정하니 외부에 보이는 것도 밉상이었던 날인 것 같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모든 분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날이었다. 오늘은 새로 정리를 해야겠다. 아침부터 햇살도 따갑고 양기가 센 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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