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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3. 2024

음료 한 병으로 나눈 베트남 정(情)

작은 나눔이 주는 행복

  Cong Cam 2호점은 오픈시간을 7시로 정했다. 옆에 있는 Highland 커피숍이 7시에 영업을 시작했고, 가끔 일찍 나와 주변을 살펴본 결과 8시 정도에도 많은 고객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1호점이 9시에 오픈하고 있었기에 사실 아침잠을 2시간이나 앞당기는 것으로 내가 '과연 꾸준히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감사해야 할 결정임이 분명하다. 하루에 1/12을 더 생활할 수 있게 해 준 결정이었고, 특히 아침의 사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을 선사받은 것이다. 

 

 아침 7시에 매장 문을 열고 4절까지 full로 연주되는 애국가를 틀고 매장정리를 시작한다. 간단히 매장 정리를 하고 외부 테이블에 앉아 하루의 계획을 적어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던 중 매일 아침 8분의 아주머니들이 항상 모여서 체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언젠가 한 분이 매장에 오셔서 과일음료를 사고 아침 체조 후 나눠 마시는 것을 보았다. 어머님 같은 분들이 저렇게 매일 모여 운동을 하고 얘기를 나누고 웃고 깔깔대는 모습을 보면서 인천에 계시는 어머님 생각이 났다. 이모나 친지들도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서로 방문도 어렵고 매일 집안에서 아버님과 두 분이 하루하를 보내신다.  몇 년 전만 해도 구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에어로빅과 합창단에 참석하시며 사람들을 만나곤 하셨는데, 이젠 거동도 불편하실 정도로 쇠약해지셨다. 어느 순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저분들께 음료를 제공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지금껏 그렇게 해 오고 있다. 

 

 아침 매장 문을 열고 그분들을 보자 음료라도 한 잔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사과 주스 한 통을 가져다 드렸더니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주려 하시길래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꾸벅 인사만 하고 매장으로 돌아왔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그분들 중 두 분이 매장으로 들어오시면서 홍초를 집어 드신다. '물에 타서 나눠 드시면 되니 컵에 얼음을 넣어 드리면 되겠구나' 싶은데 한 분이 9병을 달라고 하신다. "물에 타서 드시면 되니 한 두 병이면 될 거예요"라고 말씀드리니 "조금 마시고 집에 가져가면 된다"시며 굳이 9병을 다 달라고 하신다. 8만 동(약 4,000원) 짜리 사과 주스 한 통 드리고, 9만 동(4,500원) 짜리 9병을 팔게 된 것이다. 이것을 위해 주스를 드린 것도 아니지만, 그분들도 홍초를 마시기 위해 그만큼을 사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안다.  

체조를   하신   어르신들이   반미와   홍초   주스로   아침식사를   하고   계신다

 아침으로 구입해 오신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는 15,000동(약 750원) 정도인 것인데, 일부러 홍초를 구입해 드시는 것이다. 한 분은 저녁에 매장에 와서 집에서 만든 전통 떡이라며 봉지에 넣은 것을 놓고 가신다.

 아침 시간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준 오픈시간 결정, 그 시간 동안 만나게 된 사람들. 모두에 감사하고 조금 더 행복해져서 좋다. 물론 오픈시간 동안 늘어난 매출은 또 하나의 기쁨이며 선물이다.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고 느끼게 되면서 이것이 내게 주어진 행복 보너스가 아닐까 한다. 

 매주 월요일 아침 음료수를 제공하는 것이 한 주일을 시작하는 일과가 되었고, 그분들이 주시는 옥수수나 반미, 고구마 등이 월요일 아침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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